발가락과 나뭇잎 =윤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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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과 나뭇잎
=윤석정
선술집에서 그는 말과 말 사이에 공장을 짓는다 다급하게 쌓던 빈 소주병을 움켜잡더니 그는 병 주둥이에 중얼중얼 입바람을 분다 금방 굴뚝에서 나온 연기처럼 흐느끼는 말들이 술자리에 자욱해진다 그는 말 끝에 “이놈의 연기 땜시 참말로 매워라”와 “굴뚝은 왜 원이고 공장은 왜 사각인줄 아냐”라는 말을 붙인다 눈시울을 붉히던 그가 이르기를 공장은 지폐와 닮아서고 굴뚝은 톱니바퀴를 닮아서란다 그의 말이 엉터리여서 더는 말과 말 사이에 공장을 지을 수 없게 되자 술집엔 추억이 된 말들만 그득해진다 그는 입을 다물고 구두에서 발을 빼내더니 긴 의자에 드러눕는다 그가 뒤척일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말소리가 나고 그의 발가락이 양발을 뚫고 나와 꼼지락꼼지락 말장난을 한다 말 모서리에 누운 나뭇잎 한 장이 뒹굴고 있는데 어느 굴뚝에선가 맥없이 풀어져 나온 가을이 그를 지우고 있다
민음의 시 159 윤석정 시집 오페라미용실 62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발가락과 나뭇잎’ 발가락은 삶의 하소연을 은유했다면 나뭇잎은 하나의 개체가 될 수 있으며 하루의 낱장과도 같은 한 나무를 대신할 수도 있다. 이 시에서 중요한 시어는 굴뚝과 공장이다. 아무래도 시는 한 남자가 일 마치고 술집에 들러 마음을 달랜다. 그가 내놓는 중얼거림은 굴뚝과 공장이다. 굴뚝이 삶을 상징한다면 공장은 굴뚝을 지피는 삶의 근원이다. 굴뚝이 원만한 세계를 지향하는 이상이라면 공장은 뼈 깎는 노력과 희생이 묻어 있다. 굴뚝이 하늘로 닿는 소통의 장이리면 공장은 지면에 닿은 체중이자 그 무게감으로 미묘한 온도를 머금고 있다. 지폐, 돈이자 무게감이며 내 마음을 닫아거는 근심이다. 그는 굴뚝에 피어오르는 연기로 삶의 매운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시대의 가장이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숙명이겠다. 그러므로 하루하루 위안 삼아 소주병을 들고 세상을 향해 나팔을 분다. 굴뚝은 한 마디로 톱니바퀴처럼 껄끄럽고 톱니바퀴처럼 나를 갉아 먹는 이제는 그것도 하나의 추억으로 남았다. 눈시울만 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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