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 =남지은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전염 =남지은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91회 작성일 24-10-30 21:14

본문

전염

=남지은

 

 

    파라솔을 접는다.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꼿꼿이 발을 세우고 선 나무들과,

    바람을 흉내 내며, 춤추듯 나부끼는 이들에게,

    드물게 만나자 청한다.

    피어오르는 것들을, 의심하지 않는 불을, 불을 믿되 불빛, 불빛만은 멀리할 것,

    한밤의 광장, 반투명한 커튼을 드리울 때,

    저마다 자기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쓰다듬는 때,

    그때, 달고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작은 약병을 식탁에 내려놓고 나는,

    숨을 뱉듯 당신께 편지 쓰는 고요,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꽃 한 송이를 꺾어주세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냥 무덤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모두가 다행이라 부르는 일이 내겐 불행인 때,

    파라솔이 접힌다

 

 

   *존 버거 AX에게김현우 옮김, 열화당 2009

 

 

   문학동네시인선 남지은 시집 그림 없는 그림책 062p

 


   얼띤 드립 한 잔

    시제 전염傳染은 병이 남에게 옮아가는 것을 말한다. 전할 전에 물들일 염이다. 물이 든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노력이 암묵적으로 들어가 있다. 물 수에 아홉 구가 들어가 있는 문자다. 아홉은 수의 극치다. 파라솔을 접는다. 파라솔에서 물결 파에 펼칠 라그리고 거느릴 솔이 언뜻 떠 오른다. 물론 우산처럼 햇빛을 가리는 기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마음의 상징적인 시어로도 손색은 없겠다. 접는다. 원래 펼쳤던 것을 본래 모양을 갖추는 일,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꼿꼿이 발을 세우고 선 나무들과 바람을 흉내 내며 춤추듯 나부끼는 이들에게 드물게 만나자 청한다. 책임감이 드러나 있다. 한 해가 기우는 시점, 먼저 떠나간 사람만 자꾸 생각이 난다. 노동은 가치가 없고 꼿꼿이 선, 발은 묶여 나무에 바람만 뒤를 밟고 있으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고 피어오르는 것은 다만 허공에 안개처럼 들솟고 있을 뿐 불빛은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시기다. 한밤의 광장, 일과를 마치고 안석에 기대어 작은 도르래로 무거운 돌을 옮겨 놓는다. 반투명한 커튼을 드리울 때, 백지는 장미로 물들고 저마다 자기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쓰다듬는 때, 아무리 보아도 장래는 보이지 않고 고저 침묵만이 흐를 뿐이다. 그때, 달고 부드러운 냄새가 난다. 살아야겠다. 다시 펼쳐 보이고 작은 약병을 식탁에 내려놓고 나는, 시집을 읽는다. 숨을 뱉듯 당신께 편지 쓰는 고요, 죽을 때까지 마음의 평화는 오지 않을 것이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꽃 한 송이를 꺾어주세요, 당신이 나보다 먼저 죽으면, 그냥 무덤 앞에서 기다려주세요. 무덤 앞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오늘도 죽지 못해 삶을 이어나가는 것처럼 다행히 아니라 조금도 줄일 수 없는 불행의 연속이었음을, 나는 가장 어두운 파라솔을 또 접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8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61 07-07
507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0 05-24
507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05-24
507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5-24
507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5-23
507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23
507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23
507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5-22
5072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22
507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5-21
507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5-21
506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5-20
5068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5-19
506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5-19
506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5-19
506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9 05-18
506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18
506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5-18
5062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 05-17
506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5-17
506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5-16
505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5-16
505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16
5057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15
505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15
5055 김부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0 05-15
505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14
505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5-14
505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5-13
505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13
5050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5-13
504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5-12
504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5-12
5047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12
504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 05-12
504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5-11
504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5-11
504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 05-10
504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5-10
504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10
5040 김부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10
503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5-09
5038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5-09
503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09
503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09
5035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5-08
503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5-08
503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5-08
503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5-07
503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5-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