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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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수명
날이 차갑다. 날이 또렷하다. 날에서 상한 냄새가 난다. 리듬이 끝났다. 너는 볕을 쬐려 한다. 볕을 조금만 더 쬐려 한다. 둥근 등받이 의자에 너를 걸쳐놓는다. 날이 차갑다. 두 개의 날이 섞이지 않는다. 두 개의 날이 어떤 날이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느 날 너는 날을 침범한 것이다. 날과 날의 영역을 범한 것이다. 다시 날이 차갑다. 너는 볕을 쬐려 한다. 울퉁불퉁한 볕을 향해 몸을 기울인다.
문학과 지성 시인선 이수명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44p
얼띤 드립 한 잔
벌써 또 주말이다. 어둠에 앉아 무엇을 뒤적거리다가 ‘어느 날’을 대한 건 아니었는지, 볕이 그립다. 피 냄새가 아닌 화창한 봄날 같은 벚꽃 같은 리듬을 타고 싶다. 두 개의 날, 현실과 꿈은 섞이지 않고 이제는 현실도 없고 꿈도 없는 세계에서 내동댕이치고 만 것은 아닐까! 어느 날에 어느 날과 번잡한 용무만 있었고 그 일은 바닥에 갇혀 버린 포화 속 일그러진 상한 납덩이를 낳았다. 온몸 다 녹일 수 있는 볕, 죽어도 좋다. 울퉁불퉁한 돌덩이 하나가 망을 뒤적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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