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55회 작성일 25-05-30 11:31

본문

그녀가 처음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천안역이었다

연착된 막차를 홀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톡톡 이 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플랫품 위에서 한 노숙자가 발톱을 깎고 있었다

해진 군용 점퍼 그 아래로는 팬티 바람이었다

가랑이 새로 굽슬 삐져나온 털이 더럽게도 까맸다

아가씨나 삼백 원만 너무 추워서 그래

육백 원짜리 네스카페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이거 말고 자판기 커피 말이야 거 달달한 거

삼백 원짜리 밀크 커피를 뽑아 그 앞에 놓았다

서울행 열차가 10분 연착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전광판 속에서 빠르게 흘러갔다 천안두리인력파출소

안내시스템 여성부 대표전화 041-566-1989

순간 다급하게 펜을 찾는 손이 있어

코트 주머니를 뒤적거리는데

게서 따뜻한 커피 캔이 만져졌다

기다리지 않아도 봄이 온다던 그 시였던가

여성부를 이성부로 읽던 밤이었다




(시감상)


발가락 감각이 눈보라 속으로 달아난 어느 겨울날, 내면 속에 얼어붙은 날들을 무 잘라내듯 떠나보내며 어렴풋이 봄을 기다린다. 봄날은 간다고 노래한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그 역설을 믿으며 봄날이 올 것을 기도처럼 믿으며 부산행 기차에 오른다. 삶은 언제나 바닥이었고 그 바닥에 엎드려 배추벌레처럼 살아온 수많은 계절, 누군가의 구둣발에 짓밟혀 창자가 터져 삶의 무의미를 내장처럼 흘리다가 씹다 버린 껌처럼 껍데기가 바닥에 눌어붙어 바람에 먼지로 흩날릴 때 비로소 내 의지와 상관없이 바닥을 딛고 일어섰다. 그 순간 쇠창살 같은 겨울왕국이 눈 녹듯 사라지고 발가락 끝으로 온기가 돌았다. 봄은 그렇게 내게 왔다. 코트 주머니 속 우연히 만져진 커피캔처럼.........

 


(시인프로필)


김민정은 대한민국의 시인이자 편집자이다. 현재 문학동네의 편집자이자 출판사 난다의 대표이다. 1999년에 문예중앙에 검은 나나의 꿈 외 9편의 시가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열림원, 2002)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문학과지성사, 2009) "아름답고 쓸모없기를"(문학동네, 2016)등 다수의 시집을 발간했으며 2007년 제8회 박인환문학상, 2016년 제17회 현대시작품상, 2018년 제33회 이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5,080건 1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조경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964 07-07
507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5-24
507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5-24
507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5-24
507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5-23
507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5-23
507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5-23
507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5-22
5072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5-22
507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5-21
507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5-21
506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5-20
5068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5-19
506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19
506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19
506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 05-18
5064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18
506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 05-18
5062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5-17
506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5-17
5060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16
505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5-16
505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 05-16
5057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5-15
505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5-15
5055 김부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 05-15
505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5-14
505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14
505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5-13
505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5-13
5050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13
5049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5-12
5048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 05-12
5047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 05-12
5046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5-12
5045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 05-11
504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5-11
5043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10
504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5-10
5041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 05-10
5040 김부회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 05-10
5039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5-09
5038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 05-09
5037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 05-09
5036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 05-09
5035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2 05-08
5034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5-08
5033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4 05-08
5032 鵲巢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1 05-07
5031 崇烏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8 05-0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