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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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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때는, /강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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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4회 작성일 25-09-19 15:41

본문

가난할 때는,   /강태승

 

 

햇빛이 마루에 그득그득 쌓였는데 같은 햇빛인데도

미농지처럼 얇아 좀처럼 퍼 담을 수 없다

뒤쥐 떨어진 날 고구마 감자로 겨우 끼니를 때우면

부른 배 더 부르라고 오후의 햇빛이 마루를

 

데워주는 것에슬픔과 외로움도 그을리던 시절을

굳이 웃음으로 뒤집어 호박잎에 싸서 먹으면

다시 가난해져 고구마 감자만 한 사흘 먹다가

다시 사흘쯤 막걸리만 마시며 마루를 뒹굴고 싶다

 

수수 보리 조 무밥을 쉰 김치에 얹어 먹거나

아버지 어머니와 개떡으로 밭가에 둘러 애기하면

목화 참깨 고추 콩 수수들이 한 소식 들으려고

몸을 뒤척이던 때가 엊그제처럼 버려져 있는 것,

 

어두워도 풀잎만 주섬주섬 뜯는 소의 궁뎅이를

툭 치면 싫은 듯 무거운 듯 게으르게 일어서는

개밥바라기가 웃는 듯 우는 듯이 반짝이거나

이래저래 가깝고도 먼 즐거운 가난한 한 때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곳에서 바라보니

나도 풀섶의 풀로 햇빛이나 물었으면 하는 생각이

이미 식어버린 둥치에서 하나 둘 피는 것들을



(시감상)

 

몇 자의 사설로 감상을 적는다는 것이 시인에게 죄를 저지르는 것만 같아 송구하다. 오래전 그날, 그것이 슬픔인 줄 알지 못했다. 시를 읽으며 행간마다 밀려오는 살얼음 같은 내 유년의 기억이 물이 끓듯 백회에서 용천까지 핏줄을 뜨겁게 달군다. 세월은 마취제처럼 칼날을 무디게 한다. 급소를 비껴간 화살촉처럼 요행을 안고 오늘을 살고 있는 나, 버려진 묵밭 같은 날들이 물가에 안개처럼 숙인 고개를 든다. 소금쟁이처럼 수면을 딛고 저 물 위를 걸어가고 싶다.

 

(시인프로필)

 

1961년 충북 진천 백곡에서 태어났다. 2014문예바다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김만중문학상, 포항 소재 문학상, 머니투데이신춘문예, 백교문학상, 한국해양재단 해양문학상, 추보문학상, 해동공자 최충 문학상, 한국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칼의 노래등 디수의 시집을 발간했다.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문예바다와 시마을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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