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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시조) // 가을은 - 유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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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무의(無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569회 작성일 15-07-11 19:10

본문

`

가을은

 


 

전생((前生)의 빚쟁이들이 소낙비로 다녀간 뒤
내 빚이 무엇인가
두꺼비에게 물어보면
이놈은 소름만 키워서
잠든 돌에
비게질이다

단풍은 매일 조금씩 구간(舊刊)에서 신간(新刊)으로
한 몸을 여러 몸으로 물불을 갈마드는데
이 몸은
어느 춤에 홀려
병든 피를
씻기려나

추녀 밑에 바래 놔둔 춘란 잎을 어루나니
서늘타, 그 잎 촉(燭)들!
샛강 물도 서늘했겠다
막걸리 몇 말을 풀어서
적막 강심(江心)을
달래야겠다

댓글목록

무의(無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무의(無疑)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로와 상강이 지났습니다. 찬 하늘에는 기러기가 날아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국화 그늘을 만지작거렸습니다. 한유는 국화를 보고 “주머니 속에 누런 금색의 조가 늘어서 있다”라고 썼지요.
가을비가 다녀간 마당을 보며 시인은 전생의 죄를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천형(天刑)을 받은 듯 흉측한 외양의 두꺼비에게 물어도 이놈은 가려운 곳을 긁느라고 돌에 몸을 대고 비비고만 있습니다. 숲은 채색을 바꾸고 있습니다.

꼭 그 모습이 예전에 나온 책을 새로이 낸 듯합니다. 시인은 이 산색(山色)의 몸 바뀜을 보며 인간의 몸에 잦게 찾아드는 병을 걱정합니다. 가을강만 적막한 것이 아니어서 시인의 심중(心中)도 강의 한복판처럼 적막합니다.

시인은 탁주로 시름을 잊고자 합니다. 그러나 왜 가을의 적막한 심사(心思)를 버려야 합니까. 이 적막도 짧아 곧 물이 얼 것이니 적막을 춘란 잎 어르듯 어를 일입니다.

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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