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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눈동자/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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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39회 작성일 21-01-01 11:12

본문

빛나는 눈동자 




신동엽 




너의 눈은

밤 깊은 얼굴 앞에

빛나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검은 바람은

앞서 간 사람들의

쓸쓸한 혼을

갈가리 찢어

꽃 풀무 치어오고


파도는,

너의 얼굴 위에

너의 어깨 위에 그리고 너의 가슴 위에

마냥 쏟아지고 있었다.

 

너는 말이 없고,

귀가 없고, 봄[視]도 없이

다만 억천만 쏟아지는 폭동을 헤치며

고고(孤孤)히

눈을 뜨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 어두운 밤

너의 눈은

세기(世紀)의 대합실 속서

빛나고 있었다.


빌딩마다 폭우가

몰아쳐 덜컹거리고

너를 알아보는 사람은

당세에 하나도 없었다.


그 아름다운,

빛나는 눈을

나는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조용한,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다만 사랑하는

생각하는, 그 눈은

그 밤의 주검 거리를

걸어가고 있었다.


너의 빛나는 

그 눈이 말하는 것은

자시(子時)다, 새벽이다, 승천(昇天)이다.


어제

발버둥치는

수천수백만의 아우성을 싣고

강물은 

슬프게도 흘러갔고야.


세상에 항거함이 없이,

오히려 세상이

너의 위엄 앞에 항거하려 하도록

빛나는 눈동자,

너는 세상을 밟아 디디며

포도알 씹듯 세상을 씹으며

뚜벅뚜벅 혼자서

걸어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눈,

너의 그 눈을 볼 수 있는 건

세상에 나온 나의, 오직 하나

지상(至上)의 보람이었다.


그 눈은

나의 생(生)과 함께

내 열매 속에 살아남았다.


그런 빛을 가지기 위하여

인류는 헤매인 것이다.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몸은 야위었어도

다만 정신은 빛나고 있었다.


눈물겨운 역사마다 삼켜 견디고

언젠가 또다시

물결 속 잠기게 될 것을

빤히, 자각하고 있는 사람의.


세속된 표정을 

개운히 떨어버린,

승화된 높은 의지 가운데

빛나고 있는, 눈


산정(山頂)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정신의

깊게. 높게.

땅속서 스며나오듯 한

말 없는 그 눈빛.


이승을 담아버린

그리고 이승을 뚫어버린

오, 인간정신미(美)의

지고(至高)한 빛.



 - 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서, 1979 -





*  실제 시가 씌어진 해는 1963년이다.

   새로운 해가 밝았다.

   새로운 해엔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지고한 빛을 가진,

   정신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상이 왔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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