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좌파가 아니다 /신현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난 좌파가 아니다 /신현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65회 작성일 20-09-26 18:35

본문

난 좌파가 아니다

 

신현수

 

 

비 내리는 날

낡은 유모차에 젖은 종이 박스 두어 장 싣고 가는

노파를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아프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네온 불 휘황한 신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

온몸을 고무로 감고

사람의 숲을 뚫고 천천히 헤엄쳐 가는

장애인을 봐도

이제 더 이상 가슴 저리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천일 가까이 한뎃잠을 자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을 봐도

이제 그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제초제를 마시고 죽은 농민을 봐도

몸에 불 질러 죽은 농민을 봐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으므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으므로

난 좌파가 아니다

난 좌파가 아니다

 

 

 

신현수 시선집나는 좌파가 아니다(작은숲, 2012)

    

 

 

  누가 나에게 정치의 정체성을 물으면 무어라고 해야 하나. 우파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좌파라고도 말을 못한다. 차라리 보수나 진보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조금은 더 수월할 것 같은데 그 또한 답을 하라면 애매하기는 마찬가지다. 보수면 정치적으로도 보수여야하고 사회적, 가정적으로도 보수여야 하는데 그게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우파는 보수고 좌파는 진보라는 개념도 내게는 심드렁하다. 정치적으로는 중도에서 보면 약간 보수 쪽으로 저울이 기울고 사회와 가정에서는 진보라고 생각되는데 그것도 자칭이다. 진보라면 동성애도 용인할 수 있어야 하는데 또 그 정도는 못되는 걸 보면 뼈 속까지 진보는 못 되는가 보다.

 

   진보가 좌파라면 나도 어느덧 좌파를 지난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안 보이지만 지난겨울까지만 해도 우리 동네에는 허리가 90도로 꺾인 할머니 한 분이 장갑도 안 끼고 폐지를 모으러 다니셨는데 딱히 가슴이 에리지도 않았다. 어느 노동자가 한겨울 고공크레인에 올라 백일 넘어 농성을 한다는 뉴스를 봐도 남의 얘기처럼 듣는다. 그러면서 믿지도 못할 종편의 약초나 건강에 대해 귀를 기우리며 채널을 돌리지 않는 것을 보면 스스로 딱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때는 어떤 사람이 쟤네들은 왜 쓸데없이 데모를 하는지 몰라 하는 말을 들을 때면 역성을 들기도 하였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시위를 하다 물대포를 맞은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도 마음의 동요가 없는 것을 보면 나도 이제는 시에서처럼 좌파가 아닌가 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914건 56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16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4 0 11-30
2163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9 0 11-30
2162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0 11-29
216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2 0 11-27
216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0 11-23
2159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1 0 11-23
215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93 2 11-16
2157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00 1 11-16
215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8 0 11-16
215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9 0 11-16
2154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53 0 11-15
2153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87 0 11-11
2152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08 0 11-10
215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3 0 11-09
2150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2 1 11-08
214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0 0 11-06
214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2 0 11-06
2147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9 0 11-05
2146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1 0 11-04
214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41 0 11-02
214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7 0 11-02
2143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6 0 10-26
214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1 0 10-26
2141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5 0 10-21
2140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18 0 10-21
2139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2 0 10-20
213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6 0 10-19
2137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0 10-19
2136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8 0 10-18
2135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1 0 10-15
2134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5 0 10-15
2133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0 0 10-13
2132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74 0 10-12
2131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80 0 10-12
2130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0 0 10-12
2129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8 0 10-08
2128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3 1 10-07
212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2 0 10-05
212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43 0 10-05
2125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9 0 09-28
212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4 0 09-28
2123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94 0 09-27
열람중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66 0 09-26
2121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24 0 09-25
2120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1 0 09-23
2119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3 0 09-21
2118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6 0 09-21
2117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6 0 09-19
2116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84 0 09-18
2115 이면수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0 0 09-17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