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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자서전 / 김혜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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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1회 작성일 20-11-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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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자서전 / 김혜순

  - 황천:마흔닷새


얼굴 없는 망자들이


중환자실 문 열면 염통주머니, 오줌주머니 들고


달려나오는 환자처럼


황혼 길 우루루 달려가는 망자들이


오던 길 돌아보고 추억에 눈 맞추면 돌기둥 되는 망자들이


자루 속에서 내다보는 눈구멍에 소금물 그렁그렁 담은 망자들이


눈물이 뼈를 녹여 물기둥 되는 망자들이

너보다 먼저 떠나서 영원히 떠난 망자들이

대망막을 뒤집어쓰고 다시 태어날 순서라고

이제 모국어를 다시 배워야 할 때라고

잠자고 일어나도 네가 없고 아침을 먹어도 네가 없다고

초등학교 1학년 교실 문 열리면 받아쓰기 공책 신발주머니

들고 쏟아져 나오는 아이들처럼

우루루 산 아래 떠밀려 내려갈 때


헬리콥터 한 대가 1천 명의 죽은 사람 이름을 새긴 4톤짜리

청동 종을 긴 줄에 매달고

높은 산을 넘어가네요 첩첩산중 숨은 절간에 그 종을 매달아

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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