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박인환 > 내가 읽은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내가 읽은 시

  • HOME
  • 문학가 산책
  • 내가 읽은 시

    (운영자 : 네오)

 

소개하고 싶은 시에 간단한 감상평이나 느낌을 함께 올리는 코너입니다 (작품명/시인)

가급적 문예지에 발표된 등단작가의 위주로 올려주시기 바랍니다(자작시는 삼가바람) 

12편 이내 올려주시고, 특정인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박인환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4회 작성일 21-01-03 18:53

본문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박인환 





나는 언제나 샘물처럼 흐르는

그러한 인생의 복판에 서서

전쟁이나 금전이나 나를 괴롭히는 물상(物象)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한줄기 소낙비는 나의 얼굴을 적신다.


진정코 내가 바라던 하늘과 그 계절은 

푸르고 맑은 내 가슴을 눈물로 스치고

한때 청춘과 바꾼 반항도

이젠 서적처럼 불타버렸다.


가고 오는 그러한 제상(諸相)과 평범 속에서

술과 어지러움을 한(恨)하는 나는

어느 해 여름처럼 공포에 시달려

지금은 하염없이 죽는다.


사라진 일체의 나의 애욕아

지금 형태도 없이 정신을 잃고

이 쓸쓸한 들판

아니 이지러진 길목 처마 끝에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들

우리들 또다시 살아나갈 것인가.


정막처럼 잔잔한

그러한 인생의 복판에 서서

여러 남녀와 군인과 또는 학생과

이처럼 쇠퇴(衰頹)한 철없는 시인이

불안이다 또는 황폐롭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들

광막한 나와 그대들의 기나긴 종말의 노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노라.


오 난해한 세계

복잡한 생활 속에서

이처럼 알기 쉬운 몇 줄의 시와

말라버린 나의 쓰디쓴 기억을 위하여


전쟁이나 사나운 애정을 잊고

넓고도 간혹 좁은 인간의 단상에 서서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할 때

우리는 서로 만난 것을 탓할 것인가

우리는 서로 헤어질 것을 원할 것인가.



- 시집 <박인환 선시집>에서, 1955 -





* 시인은 이 시집을 낸 다음 해에 심장마비로 30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생전 시인의 유일한 단독시집이 되고 말았다.

 가만히 시를 읽어보면 전쟁이 난 그 때나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는 지금이나

 우리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고 난해하다.

 종군기자였던 시인의 처참한 전쟁 후유증일 수도 있으나

 시는 또다시 살아나갈 전망을 독자에게 맡기고 끝을 맺었다.

 시는 지금도 세련되게 읽힌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는 시를 쓰지만 만남과 헤어짐은 현실의 몫이다.

추천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4,170건 40 페이지
내가 읽은 시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222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9 0 01-07
221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7 0 01-06
221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7 0 01-05
221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2 0 01-04
2216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01-04
2215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9 0 01-04
열람중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0 01-03
221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0 01-02
221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9 0 01-01
221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8 0 12-31
2210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6 0 12-30
220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523 0 12-29
220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2 0 12-28
220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0 0 12-28
220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0 12-28
220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1 0 12-27
220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78 0 12-26
220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6 0 12-25
220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8 0 12-24
220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6 0 12-23
220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1 1 12-23
219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0 0 12-22
219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9 0 12-21
2197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1 12-21
219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7 1 12-21
219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3 0 12-20
219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1 0 12-19
219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8 0 12-19
219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65 0 12-17
2191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7 1 12-16
2190 흐르는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71 1 12-16
218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0 0 12-16
218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3 0 12-15
218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12-14
2186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8 1 12-14
2185 강북수유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4 1 12-13
2184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3 0 12-13
218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1 0 12-12
218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0 0 12-11
2181 김성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8 0 12-11
2180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2 0 12-11
2179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9 0 12-10
2178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3 0 12-08
2177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4 0 12-08
2176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8 0 12-07
2175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0 0 12-07
2174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0 0 12-07
2173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82 0 12-06
2172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3 0 12-06
2171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9 0 12-04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