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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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겨울엔
너무, 멀리 왔나 봅니다
세상이 날 밀어낸 만큼,
나는 나로부터도
아주 많이 멀어진 것 같습니다
부끄럽게도 남의 땅에 사는 처지라,
늘 영혼이 흔들립니다
그래서 뿌리 없는 몸도 따라,
시름하니 아픈가 봅니다
한때는
꿈을 노래하는 마음이 이정표(里程表)였는데,
지금은 희미한 윤곽만 남긴 채
그저 알량하니, 밥 먹고 살아가는 일만이
제일 거룩한 일처럼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시라도 한 편 쓰려고 하면
가슴 깊은 곳에 또아리 튼, 심한 현기증만
모락 모락 하얗게 솟아 오릅니다
아득히 흘러간 건 세월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였던 모양입니다
차가운 계절에 문득, 되돌아 보니
걸어온 길은 비록 나를 닮아 황량했지만,
베풀어 주신 정(情)으로 이따금 환했던 흔적도
절망의 아팠던 길 모퉁이마다 눈물겹게 비추입니다
오랜 세월, 빈 가슴에 그리도 많이 찢겨져
허공에 펄럭이는 그리움 하나,
바람에 실려 띄워 봅니다
혹여 바람이 전하는 소식, 받으시거든
포근한 햇살이나 한 줌 보내주소서
한 해의 막차에 실린
까마득한 외로운 잠 속에서나마,
그대처럼 따뜻하고 싶습니다
이 겨울엔,
Suki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주말입니다
홀로 송년 문학의 밤(?)을 보내셨군요
혹여 옆에 책 읽어 주는 여자가 없던가요?(웃음)
그나저나
이번 주에는 대대적인 촛불집회가 있을 예정인데
날씨가 추울까, 혹은 경찰과 충돌할까 걱정입니다
얼마전에는 시국선언을 하였습니다.
암튼 물리적 충돌없이 끝났으면 합니다
시인님도 추위에 감기조심하시구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송년모임에 초청해 주는 사람도 없고..
하여, 궁상맞게 홀로 송년의 밤을 지냅니다
그건 그렇고
주말마다 국민들은 왠 생고생이 그리도 막심한지
그 누구 하나, 그 자리에서 훌훌 털고
내려오면 될 것을..
- 국민들에게 넘 민폐를 끼친다는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 꽃아가들은 월동준비를 다 마친 건지
뜬금없이 궁금하기도 하고
핑크샤워님의 댓글

꽃들은 이미 월동 준비를 마쳤답니다.
장미들은 (4계장미) 밖에서 겨울을 날 거고
야생화 들도 테라스에서 겨울을 날 텐데 무사히 나도록 잘 돌봐야 겠지요
나머지 아이들은 베란다에 들여놓았습니다
이 추위에도 테라스에서는 국화가 아직 한창이구요
베란다에는 제라륨이 분홍 빨강 주홍 색으로 피어 있답니다
아, 사랑초는 연분홍색으로 베란다 창가에 피어 있구요
시인님이 꽃들을 무척 궁금해 하셔서 안부 전합니다
꽃들도 안시인님의 안부를 묻네요(웃음)
건강하시라고도 하네요,
추운에 감기조심하라고도 하구요
말이 참 많네요, 아이들이라서 그런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