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전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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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전하는 말 / 안희선
나목(裸木)들의 낯선 언어가
희미한 달빛에 감기어 가슴에 스며들 때,
미명(未明) 속 고요한 아우성은
또 어떤 그리움인가
세상보다 차가운 사람들의
웅성거림과는 아무 상관 없는,
비밀 같은 저 속삭임
순백(純白)의 눈만으로도
헐벗은 대지는 아늑해져
추위에 뼈만 남은 풍경마저
환하게 펼져진 순간을 말하는데,
마음의 빈뜰에 소리 없이 꽂히는 칼은
또 어떤 외로움인가
모든 것 놓아버린
창망(蒼茫)한 하늘은 저토록 홀가분한데,
낡은 시름 하나 던지는 일이
무에 그리 큰 대수라고
바람에 목이 걸린 울음이
맨살로 부서지는 소리
백설(白雪) 꽃잎으로
칠흙 같은 목숨을
하얗게,
덮어가는 소리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시가 슬프게 읽혀지네요, 시인님
시름이 시름이라면 훌훌 던지셔야 겠지만
이성과 오성을 소유한 인간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소망, 희망 이라면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요?
지가 시인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건 어렵겠지만
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렵지 않아서요
저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시인님이 담고 있는 마음의 그릇속에 수 많은 감정들이
정화된 시어로 표현된 것을 읽을 때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하구요
그래서 시인님의 시가 좋습니다
참말입니다
전 솔직한 편에 속하거든요(남들이 그렇게 말함)
말이 길어 졌네요
그건 시인님 책임, 글이 오늘 따라 슬프게 느겨져서요
시인님도 늘 건강에 유념하시고, 오래동안 좋은 시 많이 올려 주세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슬프게 읽혀지라고 쓴 건 아닌데.. (웃음 + 죄송)
아무튼, 죄 지은 거 없이 죄송하다는..요
나이 들어가며, 시간이 점점 급속도로 빨라진다는 걸 느껴요
그건 인간의 생체시계가 원래 그렇게 작동한다나, 어쨌다나..
(즉, 젊은 시절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설계되었고
점점 나이 들어갈수록 그 반대라는 - 조물주의 짖꿋음)
그건 그렇고
인생의 겨울에서 겨울이 전하는 말을 쓴다는 게
좀 겸연쩍긴 하나
뭐, 어떡하겠어요
기왕에 쓴 것을..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시어 고맙습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