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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전하는 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50회 작성일 16-11-23 00:10

본문


겨울이 전하는 말 / 안희선


나목(裸木)들의 낯선 언어가
희미한 달빛에 감기어 가슴에 스며들 때,
미명(未明) 속 고요한 아우성은
또 어떤 그리움인가

세상보다 차가운 사람들의
웅성거림과는 아무 상관 없는,
비밀 같은 저 속삭임

순백(純白)의 눈만으로도
헐벗은 대지는 아늑해져
추위에 뼈만 남은 풍경마저
환하게 펼져진 순간을 말하는데,
마음의 빈뜰에 소리 없이 꽂히는 칼은
또 어떤 외로움인가

모든 것 놓아버린
창망(蒼茫)한 하늘은 저토록 홀가분한데,
낡은 시름 하나 던지는 일이
무에 그리 큰 대수라고
바람에 목이 걸린 울음이
맨살로 부서지는 소리

백설(白雪) 꽃잎으로
칠흙 같은 목숨을
하얗게,
덮어가는 소리






추천0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핑크샤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슬프게 읽혀지네요, 시인님
시름이 시름이라면 훌훌 던지셔야 겠지만
이성과 오성을 소유한 인간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소망, 희망 이라면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것이 행복 아닐까요?
지가 시인님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건 어렵겠지만
제 마음을 전하는 건 어렵지 않아서요
저는 그렇게 생각한답니다
시인님이 담고 있는 마음의 그릇속에 수 많은 감정들이
정화된 시어로 표현된 것을 읽을 때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곤 한답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동병상련을 느끼기도 하구요
그래서 시인님의 시가 좋습니다
참말입니다
전 솔직한 편에 속하거든요(남들이 그렇게 말함)
말이 길어 졌네요
그건 시인님 책임, 글이 오늘 따라 슬프게 느겨져서요
시인님도 늘 건강에 유념하시고, 오래동안 좋은 시 많이 올려 주세요^^.

안희선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희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슬프게 읽혀지라고 쓴 건 아닌데..  (웃음 + 죄송)

아무튼, 죄 지은 거 없이 죄송하다는..요

나이 들어가며, 시간이 점점 급속도로 빨라진다는 걸 느껴요

그건 인간의 생체시계가 원래 그렇게 작동한다나, 어쨌다나..

(즉, 젊은 시절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설계되었고
점점 나이 들어갈수록 그 반대라는 - 조물주의 짖꿋음)

그건 그렇고

인생의 겨울에서 겨울이 전하는 말을 쓴다는 게
좀 겸연쩍긴 하나
뭐, 어떡하겠어요

기왕에 쓴 것을..


부족한 글인데

머물러 주시어 고맙습니다
꽃맘. 핑크샤워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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