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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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아버지
유난히도 가을을 좋아했던 아버지
문학의 꿈을 이루지 못해 출판업을 하였다
가슴 저린 시 한편이면 시인의 시와 친구 되었던 아버지
이제는 당신이 만들었던 책만 썰렁하게 책장 속에서 살고있다
그래도 한편의 시를 쓰서 애인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주변머리 없어도 결혼해서 날 얻었다고 자랑하시던 아버지
그렇게 쓰기 어려운 생의 시에 한자씩 써내려갔는지
책장 속에 누워있는 육필은 유난히도 나이 들어보였다
시 한편 알지 못하면 넌 감정의 굴곡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는 거여
어두운 밤에 홀로 책장 속에서 한자 한자 적어간 아버지
평생을 시 한편 완성작으로 적어보길 원하면 살았을 것인데
아직도 쓰고 싶은 시 한편 그리 남아 있는 것인지
당신이 쓰다만 미완성 시 한줄 품에 품고 떠나버린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며 울고 있는 자식들
한 줄의 시 속에 들어가서
가슴에 시 한줄 쓰게 강요한 아버지
이젠 미처 다 쓰지 못한 시 한편 품고 멀리 떠나가고 계시는지
책장에 꼽힌 원고가 창문을 여니 팔랑거리다 넘어가면서
빈 여백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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