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운명교향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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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명교향곡 / 테울
"운명은 이와 같이 문을 두들긴다"
툭 내던진 베토벤의 보청기가 나의 이명을 파고듭니다
제 1악장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랄까 천지가 요동을 치던 그날은 아마도 쿵쿵 천둥이 울리고 번개들이 들이닥쳤겠지요
검은 하늘이 열리자 이윽고 누런 이 땅도 긴 잠에서 깨어났겠지요
태동의 시련은 날이 풀리며 점차 아물었겠지요
그 시작은 아마 첫날의 봄이었겠지요
제 2악장
불현듯 눈을 떠보니 아버지는 막상 오리무중의 역마살이고 보이는 건 족족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라 두루뭉술 할머니로 읽히며 아무튼 그렇게 자랐으니 그 틈바구니에서 불평의 줄거리만 무럭무럭 키우다 또 다른 여자를 만나 열매를 맺고 아들 둘 새끼줄 꼬고 비틀고 그럭저럭 한 지붕을 엮었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지요
제 3악장
살아남기 위해 밟고 비비고 헐뜯고 승승장구의 장구를 마구잡이 휘모리장단으로 두들겼지요
불협화의 화음들 화풀이로 살풀이로
기다 걷다 넘어지다 달리다 하물며 나는 시늉까지
저물녘 육갑을 떠는 노을에 휩싸이며
마침내 한 바퀴 다 돌았지요
제 4악장
시작엔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이겠지요
태양이 지면 다시 떠오르듯 세상은 그렇듯
늘 끝이 없다지만,
지친 육신이 오체투지로 서서히 오그라드는 날
혹시, 오락가락하는 정신이 이승의 끄트머리에 닿는 날
그날 이후는 편안한 영혼만 남겠지요
관객이 없는 한적한 겨울
어느 거룩한 곳에
영원히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시인님의 한 생애가 악보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누구나 태어나서 변변치 못한 유년으로 시작
어렵게 성장하며 사회에 입문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 부모님과 이별하고 성년이 된 지금
내 자신도 이제는 어딘가 떠날 준비를 해야하는
삶의 뒤안 길이 수많은 회한의 노래가 되듯 합니다.
베토벤 교항곡보다 아름다운 음률에 취했다 갑니다
부디 평안을 빕니다.
추영탑님의 댓글

운명교향곡.... 한 음, 한 곡 풀어보니
그리 나쁜 생은 아니었네요.
한 지붕 아래 한 솥밥을 떠먹는 것보다
운명적인 행복은 없을 터·····
축복의 겨울 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최현덕님의 댓글

'나의 운명교향곡'
멋지십니다. 저도 오선지에 잘 그려놔야겠습니다.
인생이 순간에 훅, 지나간것 같은데
1악장, 2악장.... 쭉 나열해 보니 짧은건 아니군요.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제 3악장을 누군가가 100세 삶에 맞게
편곡을 했어야 하는데
한 십년 더 뛴 후
마지막 장이 연주되면 멋 있었을 것인데
제 4악장을 잘 연주 하시면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테울 시인님!
라라리베님의 댓글

운명교향곡이 시인님의 손끝에서
너무나 멋지게 연주되고 있군요
고요한 듯 격정적인 울림으로 다가오는
운명의 긴 줄이 팽팽하게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태운 시인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시간 되십시요^^~
김태운.님의 댓글

제가 요즘 이상한 바람이 불어서 컴 앞에 앉질 못했네요
들려주신 단골시인님들
두무지님 최현덕님 추영탑님 맛살이님 라라리베님
일일이 답글 못 드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