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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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다
찔레꽃 향기 탱자울 사이로 스미던 날
사립문에 붉은 고추들 주렁주렁 매달리던 날
사내는 여행을 떠났다
지팡이 놓고 봇짐 뉘일 겨를도 없이
절뚝이며 절뚝이며 청춘을 건너던 내내
오뉴월 해는 한사코 가자 쌓고
동지섣달 조각 달은 어서 따라오라 하였을 것이다
밥 짓는 소리 끊긴 쓸쓸한 마을 그 어디에도
굴뚝마다 거미줄만 무성할 뿐
목 축일 우물 하나 없었고
술 몇 방울로 시름을 적셔 보아도
얼마나 더 진을 빼고 가슴을 쳐야 저 험한 산을 넘을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으니
남은 것은 한숨 뿐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바람을 견디던 마지막 낙엽 한 장 땅에 내리던 날
모질고 서러웠을 여윈 사내의 배경은 결국
캄캄해 지고 만 것인데
해가 뜨고 지는 일을 대하듯
무심할 노릇만은 아닌 것 같다
댓글목록
추영탑님의 댓글

왜 하필 붉은 고추 매다는 날 날
여행을 떠났는지 물을 곳은 없군요.
마지막 낙엽 내리던 날 돌아왔어야 할
그 사내,
배경이 깜깜해졌으므로 그 이유를 설명할
자막 또한 깜깜했을 터,
약간은 미스터리한 여운을 느끼며
물러갑니다. 감사합니다. *^^
윤희승님의 댓글

졸편에 다녀가신 추선생님, 감사합니다
날시가 많이 무덥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상경하는 SRT안에서 읽는 즐거움 갖습니다
더위속을 풀숲 제치듯 그 맛이 시원합니다
좋은 글 올려주신 시인님께 감사드립니다
활연님의 댓글

낭만주의 같은데 슴베찌르개가 들었네요.
어조가 더욱 싱그러워졌습니다.
윤희승님의 댓글

비는 내리지만 오늘도 환한 일들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고나plm님, 활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