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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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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781회 작성일 16-09-21 00:56

본문


  시골장


  정민기



  평일 오 일처럼
  오 일마다 장이 서는 시골장
  할머니는 손수 키운 파 몇 단을
  머리에 보따리처럼 이고
  후미진 곳에 오래된 짐짝이 되어 앉았다
  파 한두 단 팔아봤자 손주 과잣값밖에
  나오지 않지만 용돈을 버는 거다, 생각하고
  아침도 대충 구멍처럼 때우고 나와서
  후미진 곳이 쓰라릴 만큼 후미지게 앉아있다

  할머니, 이거 세 단에 얼마예요?
  아줌마 한 분이 오셔서 삼천 원에
  한사코 뿌리치시는데
  천 원을 얹어서 사 가지고
  천사가 되어 사뿐히 걸어간다
  아직 파 다섯 단이 눈꼴사납게 남았는데
  불어오는 바람이 어느새 파장으로 몰고 간다
  이걸 어쩔 것인가 다음 장에 팔 것은
  다시 파밭에서 제비뽑기처럼 뽑으면 되니까
  송송 썰어서 보름달 파전이나 부쳐 먹어야겠다

  남은 파 단을 다시 보따리처럼 머리에 이고
  오리가 되어 할머니는 집으로 종종걸음을 친다
추천0

댓글목록

이태학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태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민기시인님의 여린 마음이 다 녹아있는것 같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따뜻해 집니다
시인님의 시집을 부탁할까하다가 상견례없는 실례같아 미루고있습니다
시마을 잔치때 한잔 꺾고 부탁하겠습니다
그때 만날 수 있길 기원합니다
건필하십시요.

책벌레09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책벌레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감사합니다.
실례는 되지 않습니다.
모임에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멀기도 하고, 하는 일도 바쁘기도 하고요.
문운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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