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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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덜컹거려도
마음은 덜컹거리지 말자
짧은 스커트를 입은 몸매 좋고 얼굴 이쁜 아가씨가 올라탄다
나도 모르게 눈을 빼앗긴다 오 眼識이여
차는 덜컹거려도
마음은 덜컹거리지 말자
스쳐가는 좋은 냄새가 잠시 후각을 자극한다
그러나 후점막은 곧 다른 냄새를 맡으리
차는 덜컹거려도
마음은 덜컹거리지 말자
아저씨 뒷문 열어줘요, 벨 눌렀는데 왜 안 열어요
짜증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짜증난 아주머니가 아주 천천히 버스에서 내린다
기사는 말없이 운전을 한다
차는 덜컹거려도
마음은 덜컹거리지 말자
신호가 바뀌었지만 앞차는 갈 생각을 않는다
아마 딴짓하느라 신호를 못 봤나 보다
기사가 거친 욕을 하며 신경질적으로 클락션을 누른다
앞차가 급히 나아간다 이미 신호는 황색이다
차는 기우뚱하며 네거리에서 간신히 좌회전을 한다
마음을 고요히 하자 의젓하게 굴자
차는 덜컹거려도
마음은 덜컹거리지 말자
마음은 맹견처럼 사납게 굴기도 하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기도 하고
산양처럼 가파른 곳으로 달아나기도 하고
힘 좋은 가물치처럼 손아귀에서 벗어나 깊은 물 속으로 사라지기도 하고
도무지 붙잡아 둘 수가 없구나
이렇게 생각하며 마음의 주인으로서
덜컹거리지 말자 의젓하게 굴자
그저 고요히 하자
다 와 간다,
벨을 누르고 내릴 준비를 하자
마음을 챙겨야 한다
두고 간 마음이 자리마다 수북하다
댓글목록
고현로2님의 댓글

킥~ 컴백 선물 연타로 보여주시는군요.
저도 짧은 스커트를 입은 몸매 좋고 얼굴 이쁜 아가씨 엄청 조아해요.
눈으로 보는 것만...(늙은 말이라고 콩 싫어하나요)
저 아가씨 없었다면 아마도 끝까지 다 읽거나
눈알 팡팡 굴리며 서너 번 읽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나 더 하시죠?
그믐밤님의 댓글의 댓글

에, 또..., 마을 규칙을 아는 바 ㅡ
오늘은 이걸루 마감입니다~~
재고파악도 좀 하고.. ㅎ
암튼 고현로님의 에너지 넘치는 입담은 다
말술 덕이겠지요.
활연님의 댓글

저도 시를 이렇게 적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언어의 진경이 부럽습니다.
그믐밤님의 댓글

어줍잖은 건 아닌지..
공부랍시고 해야 요정돕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