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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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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48회 작성일 16-08-19 21:14

본문

<맥거핀 라이프> - 피탄


가고자 했던 길과 가야 할 길은 좌우로 주욱 찢어졌습니다. 발은 둘이라 하더라도 몸은 하나인지라 치우치지 않으면 영원히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어야만 합니다. 허나 어찌할까요, 이 삼거리에 되돌아갈 길은 전혀 없습니다. 등 뒤에는 서릿발 날리는 북풍이 가라고 가라고 가지 않으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하는데 어디로든 가야 합니다. 전혀 탐탁치 아니하기만 합니다.

히치콕 감독 왈 스코틀랜드에서 사자를 잡는 덫을 봤다지요. 그러나 웬걸 스코틀랜드에는 사자 비슷한 것도 없습니다. 그 덫의 이름은 맥거핀이라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나 또한 어디로든 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 사라질 뿐입니다. 분명 제딴에는 열심히 달리고 달려서 예까지 왔는데도 여전히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채입니다. 지금껏 어떤 고상한 의미 없이 살았는데 아직도.

안락사입니다. 호흡기를 떼고 숨이 멎기를 기다리는 뇌사자입니다. 열십자 아니 삼거리 한복판에 가야 할 길은 바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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