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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라이펜에 누운 바다물고기가 들려준 이야기 /긴고랑 권창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권창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5회 작성일 16-08-20 12:02

본문

후라이펜에 누운 바다물고기가 들려준 이야기 /긴고랑 권창순

 

  

         

여기에 누운 게 우리 운명이라면 어쩌겠나!

당겨오는 그물에 갈팡질팡하던 그때를

이제 부끄러워 말게나

그 긴 시간 냉동고에서 꿈 없는 잠을 잤지만

제발 한숨일랑 쉬지 말게나

바다에서 상어를 살찌우는 것이나

여기서 사람들을 살찌우는 것이나 

뭐가 다르겠는가!

기름이 뜨거우니 눈을 뜨지 말게나

우리 푸른 고향바다를 안고

뼛속까지 그리움으로 익어보세

우리만 이렇게 누워 익을 게 아닐 터

저들도 화장터 불가마에 누워

아니면 흙구덩이에 누워

우리처럼 고향을 안고

뼛속까지 설움으로 익어가겠지

뼛속까지 후회로 썩어가겠지

이젠 우리 정말 떠나야지!

난 저 사람의 웃음 가득한 눈망울이 되고 싶네만

자넨? 그리고 지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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