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는 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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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는 예수
이영균
일 년 농사가 품삯도 안 된다는 넋두리다
갈수록 일손이 쬔다며 은근슬쩍 엄포를 놓는데
밤새 물을 대도 이튿날이면 밑 빠진 독
그건 두렁이란 놈의 생존 전략이라지만
치명타여서 물이 빠진 논의 목마름
낯설어하는 어린 벼들
간밤에 웅덩이에 빠져서도 목이 타던 갓만 같다
고시 공부하다 폐병만 얻어 온
샛강 나루 부잣집 장손인 듯
허우대 멀쩡한 듯 지친 농자는 뒷수습으로
논두렁에 먼저 궁리가 쑤셔 박힌다
쌀농사를 짓는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논바닥에 잡초를 뽑으면서도
뿌리가 잘 내릴까 걱정에
웅덩이에 물이 차오르기만 학수고대한다
쫄쫄거리던 샘마저 바싹 말라붙을 때쯤
기원 덕에 비가 온다
추수해 봤자 차 띠고 포 띠고 남는 건
굽을 허리뿐이라던데 그 통에
국지성 소나기 와장창 쏟아져 그나마
흥할 흥 자에 쭉쭉 작대기 그어 흉이 되니
매년 속아도 혹시나 하건만
물난리에 도무지 계산이 서지 않는
댓글목록
코스모스갤럭시님의 댓글

농자의 마음과 예수님의 마음이나 같은 마음같습니다.
농자는 농사가 잘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것이고
예수님은 인간 농사가 잘 되고 자기에게 돌아와 수확때가 되어
천국의 곡간에 들이기를 바라마지 않는 마음이나 똑같지요
계산없이 온 마음을 다하는 농부의 마음 그리고 목자의 마음<사랑>을 엿봅니다.
이영균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직접해보니까 장난이 아니더군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아야 하겠더군요.
힘들어도 벼가 쑥쑥 자라는 걸 보면 너무도 좋더군요.
비가 많이 온다하네요. 비 피해 없이 즐거운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