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의 오기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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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의 오기 /秋影塔
세월은 오래 씹을수록 단물이어서
빈 집 한 채 남은 세월 오물거리며 서있다
머리채 한 줌 풀씨를 기르며
햇볕을 그러모으는 지붕의 고단한 몸피,
허공을 붙든 지붕말랭이의 헤진 손
그 손 없으면 금방 무너지고 말 빈집의 회색 관절
달빛 아래서는 그래도 더 단단해 보이지만
꼬챙이 하나로 하루면 족히 해체될 것 같은
해골의 죽은 세표들
천장을 떠받치는 바람 빈방마다 가득 채우고
넘어지지 않겠다는 오기도 하나 키운다,
대낮에도 흡수선吸收線을 씹어 먹으며
어둠을 지키는 나무의 유령들
멋대로 자라 아무렇게나 벋은 가지에 흐드러지게 핀
자미 꽃 한 덩어리가
빈집의 무거운 시간에 깔려 용을 쓰는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햇볕을 그러모으는 지붕의 고단한 몸피///
가 곧, 빈집의 오기인 듯...
오싹해보입니다
더위를 추스리는 시향
감사합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동네에 옛날 일본식집인데 살던 주인은
한 고장에 살아도 집은 빈 채로 수십 년
버티고 있습니다. 조그맣던 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자라있고 낮에도 좀 음산해 보입니다.
동네서 제일 좋던 집이 이제는 흉물로....
그래도 오기로 버티고 있는 폐가....
감사합니다. ^^
쇠스랑님의 댓글

옛날 초딩때 식으로
참 잘지었어요 동그라미 다섯개^^
눈요기 잘하고 갑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동그라미 다섯 개?!
괜찮아요.
삼사십 년 전만해도 근처에서는 제일
좋은 집이었으니... 어려서는 저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었지요. ^^
노정혜님의 댓글

시골에 즐비한 집들 흉물로 자리하는 모습 안타깝지요
늘 감사 건 필하소서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근데 이상한 거는 원래 집 주인이 강건너에
살고 있고, 누가 사들어 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겁니다.
몇 십 년째 비어있는 게 이상합니다. 좋은 집인데 귀신이 사는지 사람이 살다가도 한두 달이면 떠나가고······
감사합니다. 노정혜 시인님! ^^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아이고 빈집을 어찌 지나갈까? 무서워서
귀신도 나오고 도깨비도 나오면 어찌해요
말만 들어도 소름끼치네 ......
실눈뜨고 읽었구만요 ㅎㅎ
무서워서 안 감사 합니당 ㅎㅎ
고운 밤 되시옵소서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ㅎㅎ 이런 글은 실눈 뜨고 읽으면 안
됩니다. 도끼눈을 뜨고 읽어야지요.
그 집 앞에 다른 집이 두 채 있고 사람 빠져죽은 우물도 바로 옆에 있어요.
난요, 일부러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지나갑니다.
귀신들이 보더라도 아, 저 사람은 귀신 잡아묵게 생겨서 건드리면
귀신 죽겠다, 하도록요. ㅎㅎ
은영숙 시인님 간은 콩알만 하군요. ㅎㅎ
간 키우는 방법은 빈집에, 귀신 나오는 집에
가끔 밤에 들어가서 자고 나오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인 거, 아시나요?
감사합니다. 간 작은 시인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