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줄 연대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핏줄 연대기
노인은 1남 3녀를 둔, 참 바지런한 사람이다
맏딸은 환각에 이끌려 수습기간도 없이 덤벙댄
사업에 뛰어들다 친정까지 콩가루 냈다
사채로 파탄 난 슬픔이 다 빠져나갈 동안,
화려한 상류층으로 올라섰을 부서진
계단 하나가 구름을 맴돌고 있었다
내일모레 지천명이 될 오냐오냐하며 키운 막내 외아들,
집안을 축만 내는 철딱서니고, 시한폭탄을 손에 쥔
며느리가 낚아챈 카드에서 억 억 소리만 긁고 있었다
숨 고를 시간 없이 한껏 메말랐던 시간,
느닷없이 두고 간 손 남매만은 올바르게 커줬으면
침침한 눈으로 뒤치다꺼리했다
그런데! 쪼들린 그 후렴구가 황홀한 거짓말로 된
아이들이 할아버지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안다
든 자리 보다 난 자리가 표 난다고 4년 전! 부인과
사별한 노인, 그 빈자리로 말미암아 한동안 능 잃었다
상처를 간신히 봉합하며 뜨거운 회한을 쏟아 낼 때쯤,
어디서 꽃뱀 같은 새 여자가 날개 꺾인 아들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넝마 같은 포스트를 밟고 들어왔다
이 여자 역시 단물만 쪽쪽 빨아 가는 아마도 꼬리를
감추지 않는 한, 서까래까지 빼 갈 것으로 보인다
애써! 눈높이를 맞춰 예약해 놓은 노후마저 훌훌 털린 거푸집
유턴할 수 없는 노을의 넋두리가 허공을 허우적거린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핏줄
사돈 팔촌인 이 노인은 1남 3녀를 둔, 참 바지런한 사람이다
맏 딸은 오래도록 초라한 훗날을 눈부시게 조명한 환각에
이끌려 수습기간도 없이 덤벙댄 사업에 친정집까지 콩가루 냈다
사채로 파탄난 닭똥 같은 슬픔이 다 빠져나갈 동안,
해를 뒤쫓다 고립된 뒤란에 화려한 상류층으로
올라 섰을 계단 하나가 구름위에 맴돌고 있었다
내일모레 지천명이 될 막내 외아들을
오냐오냐하며 키운것이 집안을 축만 내는 철딱서니고,
며느리는 며느리대로 시한폭탄인 줄도 모르고 낚아챈
카드를 억억소리 나도록 긁긋는 것이 희디흰 허영이었다
숨 고를 시간도 없이 한껏 메말랐던 정서(情緖)!
각중에 두고간 손 남매만은 제발 올바르게 커줬으면 하고
침침한 희노애락으로 뒷치닥거리했다
그런데! 쪼들린 그 후렴구가 황홀한 거짓말로 된
얘들이 할아버지 알기를 아주 우습게 안다
든 자리 보다 난 자리가 표난다고 했던가
4년 전! 부인과 사별한 이 노인은 그 빈자리의
공허로 말미암아 한동안 능 잃었다
건질 것 하나도 없는 상처를 간신히 봉합하며
뜨거운 회한을 쏟아 낼때쯤,
어디서 꽃뱀 같은 새 여자가 날개 꺽인 아들을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넝마같은 포스트를 밟고 들어왔다
이 여자 역시 막가는 여잔데, 벌처럼 단물만 쪽쪽 빨아 가는데
아마도 꼬리를 감추지 않는 한, 서까래까지 빼 갈것으로 보인다
애써! 눈높이를 맞춰 예약해 놓은 노후마저 훌훌 털린 거푸집
유턴할 수 없는 황혼의 넋두리가 허공에 허우적거린다.
거푸집 ; 만들려는 물건의 모양대로 속이 비어 있는 모형이나 틀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요즘 현실을 잘도 그렸습니다
감사합니다 건 필하소서
추영탑님의 댓글

아무리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질긴 줄이
핏줄인 것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ㅎㅎ
용담호님의 댓글

피는 물보다도 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