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쓰기는 인스턴트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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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쓰기는 인스턴트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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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순한 양들이
카페인으로 하품 사태를 막아내던 하루가 버려져 있다
검은 승용차에서 칵, 뱉어내는 길거리 가래침까지
반대편 회색빛 하늘 아래 더 멀리 보이는 백운대 쪽으로
테이크아웃 거피통이 밟히는 소음과
살아서 내던져진 니코틴 연기가 길바닥에 기어 오른다
도로 위에 맨홀 뚜껑을 두들기던 산비둘기가 갸우뚱거리며
죄수나 느낄 법한 쓸쓸함을 뿌린다 어느 흐리고 안개 낀 6월
연못가에 버드나무 줄기와
불붙인 담배의 시간이 중력에 저항하는 연기를 뿜어올린다
수많은 사춘기 소년소녀들이 짐을 꾸리고
방범창에 목을 매거나
아파트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바람이 떨군 담뱃재처럼
자연사를 기다리는 데 최적화된 자들의 지성을 비웃으면서
18살까지만 살고 싶어요 그 세대였다 나는
최종 거주지로서의 끝을 선택하기 전에
결국 삶이라 뭔가 위대한 완성을 이해하는 것일 것이다
슬픔이란 음악과 같아서 시간이 풀어내는 숨결이다
첼로와 더불베이스로 무장한 브람스 협주곡이 내달린다
싸늘한 바리톤의 음성으로 뒤돌아선 바람소리는 서정적으로
이맛살을 찡그린 채
詩 속에서 삶을 바꾸는 지혜에 관해 고뇌한다
완벽함이 규범인 곳에서
내가 신경 쓰는 이 모든 것을
언젠가는 놔버려야 한다는 사실도 안다
장식도 속임수도 없이
있는 그대로 묘사되는 순간 말이다
휑덩그렁 놓인 정직의 그 순간
낡은 질문에 대한 무언의 대답이 눈을 따갛게 한다
양과 장미꽃을 걱정하던 어린 왕자는 어디 갔을까
장미꽃을 위해 양 울타리 그림을 그려주던 생텍쥐베리는
보아구렁이 모자는, 바오밥 나무는
아주 조용한 책장 뒤에 숨어 어두침침한 먼지를 덮어쓰고 있지만
아직도 양이 장미꽃을 먹어치울까 걱정하는 꿈을 꾸곤 한다 지금도
방치되어 우거진 뒷마당에, 프롤레타리아적인 양심 위에 별도 무성하다
더는 증명할 것도
승리하거나 패배할 것도 없는
추함과 아름다움을 잇는 끈이 끊어지면서
장미꽃 울타리를 넘어 골목길로 타들어가던 담배연기는
깜박거리는 붉은 신호등 꿈을 스쳐간다
사랑이란 어떤 사랑의 허상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상화된 타인은 우리 가슴 속에 늘 함께 하니까
여인은 공간의 경계를 구부려 새로운 차원을 열어젖힌다
연약한 플루트가 상대성의 법칙을 파괴하고
오보에가 유리공처럼 통통 튄다 G장조 음계 위에
태양을 직조하고 블랙홀을 조각하면서
당신의 공간이 중력을 획득하고 나의 귀를 힘껏 끌어당긴다
드뷔시의 눈송이가 흩날리고 베토벤의 군인 정신이 쿵쾅거린다
쇼팽은 마호가니빛 위스키를 꿀꺽 넘긴다
흩뿌리는 고음의 흑진주빛 어둠이 묵직한 접이식 문을 지나가고
비상구도 빌딩의 지평선도 지워진다
그저 현재만이 있을 뿐인데
아, 그마저도 저 여인의 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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