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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美人)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원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01회 작성일 16-07-01 01:44

본문

미인(美人)


수많은 지랄과 수많은 편견 속에서
여전히 미안할 수밖에 없는 연필을 잡고
완전한 미인을 그려본다

연필의 끝 부분에서 한 줄기 머리가 자란다
노을의 속도에 맞추어
동맥이 유지되는 속도에 맞추어
풍만한 가슴으로 흘러내리는 시간이 한 번
잘록한 허리를 통과하는 시간이 한 번
그리고 연속되는 그리움

좁은 허리로 버티는 유리시계는 
뒤집어야 할 시간을 두둑이 지니고 있었다

가는 시간을 가는 허리로 버티는
뒤집는 시간과 뒤집히지 않는 시간
뒤집는 손과 잡히지 않는 손
크로키로 잡아내도 잡히지 않는 손

좁은 발목을 지나야만 만날 수 있는 작은 발
서지 않아야 볼 수 있는 발의 지문
모래가 꽉 차야만 찾을 수 있는 작은 행성

오후의 언덕이 끝이 나고
다시 뒤집어지는 새로운 오후
지겹게 지워지는 과거의 오후
지워지기 위해 그려지는 미인
언덕이 닳도록 오르내리는 태양

간섭이 심한 알갱이에 못 이겨
여전히 미안할 수밖에 없는 지우개로
완전한 미인을 지운다
오후를 통과하는 아주 가는 곳을 꺾는다



추천0

댓글목록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준 시인은 '미인'을 아주 잘 데리고 놀며
좋은 시가 되는 지점에 세워놓곤 하던데(혼자 생각)
또 다른 경지의 미인을 보내요. 요즘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이란 게
좀 지랄 맞기도 하지요. 성괴도 많고, 조탁이나 퇴고를 너무 심하게 한 얼굴도 많고
그러나 본질은 몇 미리 살갗 안에 든 핏줄이 그 사람을 돌릴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는 미인을 그리지만,
미안해질 수밖에 없어지겠네요. 그런 좌절과 반성이
또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리라.
의미를 형상화하기 위한 붓칠은 고갱적이거나 고흐적이거나
수채거나 담채거나 기름에 적셔 바른 것이거나
미도 다양하고 인도 다양하겠다 싶습니다.
오랜만에 오셔서 시 읽는 재미를 주시니 감사.

원스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원스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활연님 시를 멀리하고 살 수는 있어도
시를 버리고 살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조잡하게 적어가는 몇 줄이라도
쓸 수 있음에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하늘은 퍼부을 모든 준비를 마친 듯...
활연님 비와 함께 좋은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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