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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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에 가자
가만히 앉아 있어도 슬픈 날 밤엔
모든 것 뒤로하고 재래시장에 가자
사람들이 돌아간 시장 바닥에
어둠이
길 위에 궤짝처럼 내려앉으면
찬바람만이 천막을 들추며 지나가고
틈도 없이
겹겹이 쌓아놓은 좌판 더미들은
섬처럼 우두커니 앉아서
제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있다
이따금 닭 집에
잘리다 만 생닭 토막들이
한낮 죽음에 질려
아직도 비명을 지르고
좌판을 접지 못한 생선가게 김씨는
흔들리는 30촉 짜리 전구 아래에서
사글세 걱정에 “떨이요”를 외치면
커다랗게 웅크린 절망 뒤에서
여명의 그림자가 언뜻 얼굴 내민다.
가만 앉아 있어도 가슴 답답한 날엔
근심일랑 훌훌 털고 재래시장에 가자
댓글목록
핑크샤워님의 댓글

저도 가슴이 답답하면 중앙시장에 간답니다, 사람사는 냄새가 나거든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