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영교와 밤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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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영교와 밤안개/손성태
미투리 신고 건너는 낙동강
밤안개가 연신 피어올라 떠받친다
자네가 뒤따라나간 그날 이후
사백년을 하루같이 애태워 달무리는 길을 밝히고
꿈속으로 스며드는 밤이슬 방울방울
매운 눈물 앞에 맹세하리니
어느 하늘에 계시는가?
가위로 싹둑 자른 머리카락의 미투리
한올한올 자라나 저 언덕으로 이어져
다리가 되었는데
혼신으로 올라오는 물안개
은은한 물빛에 젖은 미투리 신고
자네는 드디어 내게로 오리니 달무리 지기 전
부디 내게로 오시게
자네에게 못 속삭인 말 부끄럼 없이 하리니
꽉 움켜쥔 이 몸뚱이, 천년이 지나도 흐트러짐 없이
천년이 일 만년 같이 느리게 와도
달빛 사무치는 이곳에서 혼신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리
댓글목록
박성우님의 댓글

원이엄마 보다 더 감동입니다~~
건강하시지요~~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400여년 전 이응태 부부의 애절한 사랑이 녹아있는 월영교를
며칠 전에 안동 나들이 가서 보고 나온 시입니다.
미이라의 품속에서 나온 원이 엄마의 절절한 편지에
시공을 떠나 존재하는 사랑의 질량은 같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소설로 다큐멘터리로 재조명된 이 사실을 모티브로 써본 글이랍니다.
박 시인, 조만간 만나 막걸리 한사발 합시다.^^
한드기님의 댓글

고향가면 지척인데
그곳을
안 가본 지 어언 십 년도 넘은 듯합니다.
보수댐 저수지를 따라 고요한 밤의 낙동강
회장님의 시로 그 정경을 접하니 그 감회를 대신할 수 있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한드기님 고향이 안동 부근이신가 봐요?
처가가 안동이어서 가족 투어로 도청 신소재지, 하회마을, 병산서원을 거쳐
월영교 인근의 한옥 리조트에서 일박하고 왔었지요.
글감을 몇개 건져 왔었는데
먼저 나온 글입니다.^^
밤안개가 장관을 이루었는데, 처제내외는 안동에 살아도 보기 힘든 밤풍경이라고 합디다.
보조댐 물길 아래 잠든 찬 기운이 올라오면 안개가 서린다고 설명하더군요.
마치, 원이 엄마의 혼처럼..
고우신 발자취 고맙습니다. 한드기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