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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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빚이란 걸
어김없는
만기일은 왜 이리 빨리 오는지
아예 탕감은, 짧은 생에 아주 멀겠다
살아
빚 없던
날이
금새 부서질
두꺼비집에 주문처럼
빼기 힘든
손처럼
있었던가
해운대 모래알처럼
생각이 자꾸 붇다 보니 어느덧
떠난 고향, 돌아가신 아부지, 졸업식에 못 가준 딸, 등등
가슴 차변에
기입해온 온갖 빚들은
가을 귀뚜라미
울-음처럼 무량하기 그지없다
이럴 때마다
낙담이 더 숨을 탁탁 치지만, 속물인지라
마른 오기가 더더욱 올라도 늘 끼고 사는
마이너스 통장처럼 마음은 그냥 음수되어
살다 찌들다
보면 철판도 깔아야 한다고
빌린 놈이
배 째라듯
빚도 자산이니깐
대변은 몰염치로 상계하고
돈 빚이든
마음 빚이든 빛 내 사는 거이
사람 일이라
식으로
뻔뻔하게
자위를 한다
그래도 다시
양심 몰골이
더 추해지는 듯하니
물기 빠진
모래에 푸- 뿜어주듯 생각을 또 고쳐먹어
깔린 빚
당장 갚지는 못할망정
평생을 갚아도
못 갚을 건, 받은 사랑이라
더 사는
건
아낌없이
줘야 할 덤이라고, 그러다가
몰염치가
또 뒤집어 세우고
꿔다 놓은
꺽다리 풍선처럼
백사장 앞뒤좌우
대중없이
수그리다
일어나고
자빠졌다
일어나는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가슴 차변에 기입해온 온갖 빚들///
빚도 자산이니깐 대변은 몰염치로 상계하고///
참으로 적절한 표현입니다
생각이 그러시니 이자는 이미
탕감이 되었겠다 싶습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차입 한 푼 없이 사는 사람도 있던데요
사실 늘 부럽죠. ㅎ
개인업이란게
일이 조금만 늘어나도 돈의 유통이 확 흐트러지네요.
넋두리 같은 글에 말씀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성태님의 댓글

뒤돌아 보니 지금껏 빚없이 살은 적이 없었다는 자탄에
화들짝 놀랍니다.
그래도 젊음을 자랑으로 앞세우고 겁없이 삶을 이끌던 지난 날이
그립기도 합니다.
이젠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할 때, 무욕의 삶을 가꾸는 나날들이
대차대조표를 물 흐르듯이 보고
가진 것은 없으나 줄 것은 많은 삶, 생을 바라보는 무심한 눈빛을
채워가는 시간들이 아닐런지요...
참 힘든 내일을 바라보는 싯점입니다.
한드기 시인님, 잘 감상했습니다.
건안 건필하세요.~
한드기님의 댓글의 댓글

푸념 정도 밖에 안되는 글에 세심한 말씀을 주시니
과찬이십니다.
떨어져 사는 딸아이들이랑 카톡을 주고받다 문득 써본 글입니다.
타국에서의 삶이 마음먹기에 따라 뭔가 더 할 수 있는 여지는 더 많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나이 생각 못하고 뭐 일을 저지르는 지도 모르지만요.
한국은 본격적인 여름의 초입이겠네요.
핫한 여름을 잘 이겨내시고 더 강건하시길 바라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