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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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 피탄
국어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시선을 굳히는 방법만 익혔노라 말씀드립지요
김소월 진달래꽃은 애이불비라 뇌가 마르고 굳도록
외웠던 그 기억만을 눈물조차 마르도록 말씀드립지요
수학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의미없는 공식만 종일 익혔노라 말씀드립지요
미적분이며 방정식에 시험 당락이 걸렸으니 그저
외웠던 그 기억만을 혀끝이 갈라지도록 말씀드립지요
역사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무슨 연도에 무슨 일만 익혔노라 말씀드립지요
그 해에 그 밖의 일이라걸랑 모르고 범위만 봤으니
외웠던 그 기억만을 입술을 깨물 지경까지 말씀드립지요
사회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등식만 푸짐한 사상을 익혔노라 말씀드립지요
얼굴이나 덮을 종이 위의 세상은 말이 너무 많아
외웠던 그 기억만을 코끝이 시릴 때까지 말씀드립지요
과학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주기율표에 매몰되기를 익혔노라 말씀드립지요
물리고 화나고 생색내고 질려도 별다른 수도 없이
외웠던 그 기억만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말씀드립지요
예체능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자습시간이라는 것을 익혔노라 말씀드립지요
가뭄에 콩 나듯이 나가도 비실비실대는 그 움직임만
외웠던 그 기억만을 전율이 일어날 지경까지 말씀드립지요
그래서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느냐 물으신다면야
그걸 묻는 당신이야말로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도리어 여쭙지요
미개하고 미개하여 또 미개한 국가 부처의 어리석은 생각에 발맞추어
노예처럼 허허 웃으며 사슬을 자랑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보여드릴 뿐입지요
댓글목록
피탄님의 댓글

뱀발로 아뢰길 -
중고등생 자녀를 두신 문우 분들께 여쭙습니다.
한 달, 아니면 적어도 일 년 안에, 자녀에게 "공부 안 할 거니?" 대신 "뭘 하고 싶니?"라고 물은 적이 있습니까?
이 시는 현실을 담았습니다.
외면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빼도 박도 못할 그럴 현실을 말입니다.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피시인님 오랜만 입니다
오래만에 뵙네요
님에 글에 공감하면서도
피식 웃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