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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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떠나온 조개가
입을 굳게 다물고 수절守節하더니
숯불 위에서 쩍, 혀를 내밀고 자진自盡하는 밤
늦장가에 애가 들어서지 않는다는 친구의 말에
잦은 그의 노력이 부러웠으나
집은 먼 데 있고 노래방은 가까운 골목
남의 아내였던 여자들이
노래와 술을 팔며
전사戰士처럼 남자의 기를 세워 주길래
조개껍데기 같은 팁을 듬뿍듬뿍
목에 걸어 주었다
남을 시켜 차를 몰고 화서역華西驛을 지나는데
사람들은 자꾸 기차처럼 어디론가 흐르는데
오늘은 일단 눈을 붙이고
내일 또 해와 싸우려는 거겠지
컵라면으로 아침을 먹으며
지난밤 지출이 적힌 치부책을 들여다보자
나 같은 것은 죽어야 한다 싶은 게
남자들이 이렇게 치사해서 여자들은 미리
하얗게 웃었던 건 아닌지
댓글목록
金富會님의 댓글

그렇지요...이렇게..자연스럽고...일상에서 얻은 무엇을 성찰하거나 되돌아보거나.....
고현로님의 말씀대로...시 한 편에서 뭘 건질까요?
아마도, 자기 반성 내지는 삶의 잛은 성찰 아닐까 싶네요.....
4연 1~2행이 시를 더욱 살려주는군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음험한 중년이라도 마음속에 순정은 남아 있을 텐데요.
턱없는 그리움에 밤길을 배회해 봤습니다.
은유라는 것이 저에겐 아직 서툴러서 올려놓고 보니
실낱같이 작고 적은, 보잘 것 없는 저의 사유가
드러나기나 할는지,
불경스러운 해석도 가능한 불량한 문장을 써놓고
순수한 해석만 해주겠지 애달아합니다.
그에 화룡점정을 찍어주시니 뭔가 자꾸 빚을 지는 느낌입니다.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현탁님의 댓글

조개껍데기 같은 팀은 무언가 난 팀을 한번도 안받아봐서리............
왜 그랬나요 아침에 컵라면으로 때울 거면서 ㅎ
치사하니까 밥도 못 먹고 출근하지.....ㅎ
앞으로 술 끊어요 아니 끊으면 시도 못쓰나요
감상 잘 했습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연타석 홈런을 소주병으로 쳐대다가 어제는 잠을 잔 게 아니라
기절을 했다가 하루 더 살라는 명을 받은 것 같아요.
참 지독하게 외로운 초여름 밤이더군요.
젠장... 아내가 옆에 있어도 드는 외로움은 대체 뭔지...
외로움이라는 흔해빠진 명사 말고 더 신빡한 거 없음까?
아주 상투적이라 지겹네요, 말이고 의미이고...
왓칭님의 댓글

사람들이 페이소스라는 말을 많이 쓰길래, 페이를 누구한테 살맛 나라고 소스로 뿌리는 건가?
무슨 뜻인가 싶어서 검색해보니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군요.
그럼 이런 시를 페이소스가 넘친다고 해야하는거죠?
ㅎㅎ 담에 이 경호님은 아줌마 부르고
저는 젊은 오빠 부르고 노래방 한 번 가여!
나도 페이소스 한번 뿌려 보고 싶어요.
마지막 펀치에 쓰러집니다.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페이는 돈이고 소스는 간장이죠.
즉 돈간장이나 간장돈을 많이 뿌려라 이건데....
그래여... 노래방 한번 가여.
저는 음대와 치대를 동시에 나온 음치라
조개껍데기 묶어 그대의 목에 걸고, 할게요.
좋은 날만 계속 되시길...............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ㅎㅎㅎ
시인님!
중년에 밤 풍경 잘 쓰셨네요
공감 합니다
엉청 웃기도 했구요
좋은밤 되시구요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닉이 너무 근사합니다. 별들의 이야기라뇨...
낭만적인 시인님이시네요.^^
닉을 파신다면 시마을 사이버머니로 사고 싶네요.^^
졸글에 주신 잔잔한 격려에 음험한 중년은 또 힘을 내봅니다.
즐거운 하루 만드세요, 고맙습니다.^^
한드기님의 댓글

아 참말로
글이야 아무리 좋기로니
술 쫌 줄이삼.
하긴 한국에 살 때 나도 그 못잖았습니다만
여기 남인도는 술집 노래방 다 금지라서
환경 탓에 불가항력 술이 멀어지다보니
술은 골백번을 생각해도 안 좋은 거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고현로에서만 배회하지 마시고...
푼돈 모으세요.
남인도 놀러 함 오시믄
내 움막이라도 잠자리 준비해두고
조개구이보다는 별미인 벵골만 랍스터 구이 한 턱 내겠슴다.
단지 우리 이경호님한테만...ㅎ
그나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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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 이인철
공장 탈의실엔
예비군복같이 얼룩덜룩한
미희 아줌마 작업복이 보름째 걸려 있다
그녀는 손에 묻은 도금을
이태리타월로 빡빡 문질러 지우고
공단 입구 지하노래방에서
붓 대신 탬버린을 잡았다
새빨간 루주
젖가슴이 드러난 옷
밤물결처럼 살랑이는 치마
탬버린이 야광충처럼 반짝이는 방에서
우리는 칠 묻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 춤을 춘다
공장의 하루 일당을
두 시간 만에 받아든 그녀는
다른 방에서도 뱅글뱅글
폐수를 마신 시화호 물고기같이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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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조는 다르지만 부분으로는
일맥상통 같은 시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이만,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탬버린만 잘 쳐도 / 박형권
옆방 젊은 여자하고는 이사 첫날부터 찌그려졌다
이삿짐 다 옮겨놓고 담배 한 대 피우고 보니
출입문이 두 개 있는데 어느 문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 문이나 열긴 열었는데
꽃 같은 장롱에 복어 주둥이 같은 살림살이들
아, 이 문이 아니었다
얼른 닫고 옆문을 여니 마누라 같은 두루마리 화장지
딸 같은 시집詩集
그래 여기가 내 집이지 한시름 놓는데
누가 문을 쾅쾅 두드린다
―야, 너 뭐하는 놈이야? 여자들만 사는 집을 왜 들여다봐?
그렇게 꼬이기 시작한 인연은 일 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았다
할머니 한 분과 여자와 여자의 어린 딸이 사는 것 같은데
모두
가을바람 앞의 코스모스 같았다
이슬만 먹고 사는지 그 방에서는 음식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며칠째 옆방에서 탬버린 소리가 났다
딸 운동회에 응원단장을 맡은 것일까
내 딸의 운동회에서 이인삼각 경주를 할 때
꼴찌인 우리 식구를 함박웃음으로 반기던 저녁달을 떠올리고 있는데
옆집 여자가 몸매가 드러나는 원피스를 입고
밤 열두 시 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노래방 도우미로 가면 탬버린만 잘 쳐도 월 300이라는데
새벽에 눈 화장이 흘러내리도록 울면서 돌아온들 어떠리
다음 날부터
사람 살지 않는 것 같은 그 방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저는 박형권 시인을 좋아라합니다.
보셨겠지만 명시는 또 보는 것도 좋죠.
이인철 시인의 명시 탬버린처럼요.
드기드기 한드기님, 라마스떼~~
문정완님의 댓글

생활 생활에서 해학과 진술을 펼치는 아우님
여전히 즐거운 맨트 댓글로 문우들의 입을 귀에 걸어 주는군요
아우님 여름 건강하게 나십시오^^
언제 그 귀여운 얼굴 한번 뵙겠습니다 ㅎ
고현로님의 댓글의 댓글

술집이 문을 닫았는데 들러주셨군요.
건강히 잘 지내십시오.
사업 번창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