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야옹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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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야옹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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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찾아 길거리를 헤매며 긴긴 낮을 견디었다
도시 한 구석에 웅크린 빌어먹을,이니 씹할,같은 한 마디가
자연 발화를 일으키는 쓸쓸한 거리를
차마, 입 밖으로 내보내면 현실이 되어버릴까 봐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림자도 나도
수심 가득한 두 손을 주머니에 깊이 찌른 채
치솟아오른 가로등불과 갓난 아기 굴뚝 울음소리처럼
옴짝달싹을 못한 채 자리잡고 있었다, 어느 빈민촌 변두리
밤은 그을음이 낀 담벼락에 무한정 넓고 깊어져 있었다
멍허니 얉은 울음소리가 났을때, 스쳐가려던 한 순간
살아가는 일이 그렇듯 잘 풀릴때 아삭거리며 썰릴때 같은
혹은 프라이팬에 익어가는 양파의 황갈색 향기 같은 게 보였다
이 도시가 어둠 속으로 흘러가버릴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영양처럼 커다란 두 눈알이 빨아들이고 있었다
시간은 가능성이 좁아지는 돋보기 초점으로 멈춰섰다
안 그래도 고된 인생인데 하면서도
임계치의 요구르트 빨대 하나를 짐지는 느낌이었다
가슴께에 찔러 넣은 치자나무 꽃향기 같이
밤바람에 맞추어 춤추는듯한 어린 털이 품안에 부풀다 눕고 눕고
무기력한 어린 것이 우유 한 방울,한 방울을 하얗게 삼킬 때마다
내 안에 뭔가가 부드럽게 풀리는 것이었다
한 마디 뒷발굼치만 새하얀 녀석, 온몸이 온통 새까만지라
불운이라는 미신으로 가볍게 버려졌을 것이다
자신만의 조용한 삶이 다시 시작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오랫동안은 아니었지만 작고 뾰족한 귀에 대고
내가 이루지 못한 작은 사랑 이야기를 소근거릴때면
수많은 모닥불이 밤하늘을 붉게 밝혔다
이제 이 녀석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점점 더 큰 원을 그리며
거리를 쏘다닌다 어두컴컴한 집과 집 사이 캄캄한 담벼락을 지나간다
어느 이름없는 야옹 야옹 수척한 생명이 스친다
이 밤, 밤새도록 저 멀리 진동음이 구른다
높다란 창문 너머로 달이 차오르면
지나가는 기찻길 레일에 달빛이 번들거린다
어찌 된 일인지 왜 기차는 오지 않고
기적소리만 울리는 걸까 야옹 야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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