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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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벗기다
이영균
저 아스팔트 위를 겅중거리는
우르릉 광 천둥
번쩍 빛 광년 달려가는 벌거숭이
청춘이 저러하다
유월 장마 속에 우뚝 서면
몸에 숨어있던 그리움이 빗물에 몸집을 키운다
그러면 난 나를 버리려
아파서 울부짖는 스무 살의 옷을 벗고
차가운 천둥벌거숭이와 사랑에 빠진다
물결에 쓸려나가는 강바닥처럼
빗발에 얻어맞아 잎 다 벗겨져
껑충한 미루나무처럼
아니 천둥벌거숭이 그처럼
비바람에 부러질 때까지
긴 터널일지
수심 깊고 벼랑 높은 게 청춘이라면 우린 벌거벗자
내동댕이쳐져 부서져 버리자
빗발 쏟다 쏟다 다 말라비틀어질 때까지
신열 다 내리도록 빗살에 씻겨버리자
그와 함께 어디든 멀리 가자
모든 것 다 물결에 맡겨버리자
산도 넘고 벌판도 지나 바다에 가자
몸이 너무 불어 얼굴이 없어져도 상관 말자
그저 출렁거리는 바다도 괜찮고
어차피 바다에 희석될 거라면
무참하게 파래져 보자
저 배들 저 희망들
나의 가슴 위를 떠다니게 하자
돌아갈 길이나 돌아올 길이나
푸르게 거짓일랑 실 올 하나 걸치지 말고
장마 끝에 맺힌 맑은 이슬 되자
저 천둥벌거숭이의 그 끝처럼
댓글목록
안세빈님의 댓글

송창식의 고래잡이? 술마시고 노래하고
곡이 문득 떠오르며,
소나기의 시냇가에서 멱감고 물고기잡는
한장면과 어우러져 스쳐지나가는 젊음의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이포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감사합니다. 안 시인님.
잘 짐네시죠.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날씨 탓에 어깨가 무거워 한 번 날개를 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