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월(湖月) - 호수에 비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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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월(湖月)>-S HG
검은실이 번져온다.
무겁게,
자책(自責)을 하듯이
무겁게... 무겁게...
갈색실이 흐르듯 다가온다.
검은실과 엉키기 시작한다.
나에게 무거움을 덜어주듯이
자책(自責)은 그리움이 된다.
파란실이 엉켜온다.
그리움이란 호수속에
차가운 파랑(波浪)이 몰아친다.
차가운 파랑(波浪)에 길을 잃은 아이가 되었다.
정처없는 표류속에서
검은색 실은
나의 몸을 잠식해간다.
그렇게 나는 침잠(沈潛)되어간다.
눈을 감고 싶었다.
쉬고 싶었다.
그런데 새하얀 실이 쏟아져온다.
검은실과 다투듯 엉키기 시작한다.
무엇을 바라는 건가?
포기하고 싶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왜 침잠된 날 끌어올리는가?
그 와중에
내 몸속에서 검은실과 흰실은
격렬함이란 단어를 만들었다.
조용하지만 치열한 그런 엉킴이었다.
파랑과 갈색의 실도
내 몸안에 들어온다.
격렬함이 엄숙함이 되고
큰 파랑(波浪)이 인다.
새하얀 실들이
다시 감싸이기 시작한다.
내 몸속에 이는 거대한 '폭발'
백화(白化)가 된다.
몸 밖은 여전히 무겁다.
여전히 그립다.
여전히 길을 잃었다.
여전히 시리듯 가슴 아프다.
하지만,
나는 한줌의 평안(平安)을 느낀다.
잠시뿐일지라도 나는 꿈꾸노라
이 평안(平安)이 영원하기를...
댓글목록
FrozenH님의 댓글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1악장>을 들으며 쓴 시입니다.
솔직히 이번 시는 저만의 스타일이 많이 들어간 시라고 생각합니다.
소리안에는 제각기의 색깔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라고 하더라도 회색일 때도 있으며 검은회색 노랑이 가미된 회색 여러가지로 색감이 존재합니다. 저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일까요? 제가 좀 4차원적인 면이 없지는 않은지라... 그러려니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이번 시는 <월광 소나타 1악장>을 들으면서 같이 읽으시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링크로 올려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게시판 성격에 안맞으니 이 점은 양해구합니다.
그럼, 즐거운 감상 되시구요. 여러가지 의견과 여러가지 댓글은 많은 참고가 되오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