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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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죽음 같은 것은 벌써 초월해 버렸다고
천하장사 같던 아버지가 대학병원에 다녀온 뒤
장마통 상추밭이 되었다
속이 시끄러운 어머니는
언덕에 쪼그리고 앉아 방어진 앞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산등성이만 한 고래를 몰고 오는
율기등대 쪽 이었다
자신이 신이었던
오로지 신앙이었던 아버지
어금니 물으며 예수처럼 장열하게 마감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폐가 처마 끝에 거미가 거미줄을 치고
53년간 목구멍까지 꽉 막혔던 누런 생
참회 하듯 연신 가래를 뱉었다
신이였으므로
후손들에게 오래 익힐 경전이었으므로
나는 임박한 생과 사의 경계
파피루스 종이에 새 깃털 펜으로
일 거수 일 투족을 적었다
나뭇잎 갉아먹는 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칭찬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 나는
최후의 만찬처럼
가래를 받아내며 나무토막 같은 종아리를 주무르기도
하얀 머리카락을 뽑아주었다
문득 성경 구절을 읽다가 찬송가를 불러달라고 했다
나약하기 짝이 없던 신이
신에게 항복하는 순간 이었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나는 임박한 생과 사의 경계
파피루스 종이에 새 깃털 펜으로
일 거수 일 투족을 적었다 ///
후손들에게 읽힐 경전...
묵빛 장마에 비친
아버지의 초상이군요
저도 함께 두 손 모아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제가 열아홉에 아버지가 세상을 뜨셨으니
어느덧 40년이 흘렀습니다
그땐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지금 제 나이보다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을 실감 합니다
지루했던 장마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갑장님 제주에도 비가 많이 내리지요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저에게도 아버지가 신이셨습니다
지금은 신도 제대로 신지 못하시는 늙으신 신
김선근 시인님에 아픔에 잠시 젖어봅니다
장마철 건강에 유념하시고 감사함을 놓고 갑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울산에 어느 병원에서 폐에 콩만한 것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지요
큰 병원으로 가보라 해 굳이 서울 모교 대학병원에서
정밀 조직검사를 한 결과 폐암 말기 진단이 나왔습니다
큰 소리 치며 혼자 서울에 간 아버지는
큰 충격과 쇼크를 받고 중풍으로 한없이 무너져 버렸지요
6달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3달 정도 있다
집에서 운명 하셨습니다
네 우리들의 신이었던 아버지
공감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잡초인님의 사유 깊고 좋은시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
빛나는 문운을 이루소서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글이 너무 고와
오래 머물지 못하고 나갑니다
좋은글 자알 보고 갑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별들이야기님
장마 기간인데 비는 내리지 않는 마른 장마입니다
비가 한번 시원하게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고운 걸음주시어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심월님의 댓글

그런 아픔이 있었네요. 울 아버지도 67세세 간암으로 돌아가셨는 데...
더 일직 돌아가셨으니 하늘도 무심하십니다. 아버지는 언제나 신이 아닌 멀기만한 존재같습니다.
숫컷의 운명같은 거랄까 내 아들도 옛적의 아버지처럼 쉽게 다가오지 못합니다.
역사와 진실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하지요. 산다는 건 어차피 지난한 일이니까요.
텔렌트 김성민이 자살시도로 혼수상태입니다.베르테르 증후군일까요. 참으로 생은 공허한 것이지요.
좋은 글에 머물다 갑니다. 건안하십시요.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호랑이처럼 무섭기만 했던 아버지
어쩌다 아버지가 오시면 반가우면서도 형제들은 두렵기만 했습니다
실력지상주의를 내세웠던 아버지였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아침 뉴스를 들으니 장기 기증을 하고 떠났다 하네요
네 인생은 주머니도 없는 수의 한벌 걸치고 가는 것이지요
반갑습니다 심월님
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노정혜님의 댓글

아버진 가문의 신이지요
잃고 아파하는 모습 선 합니다
고운 글에 머물면 감사를 올립니다 늘 건 필하소서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노정혜 시인님
네 우리적엔 아버지는 신이셨지요
말 한 마디에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천하를 호령하던 아버지는 그렇게 빨리 가셨습니다
불러 달라시던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찬송가가 생각납니다
고운 걸음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