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스미다
못을 박을 때
시멘트기둥이 불꽃 튀기며 완강하다
사내가 못 하나 못 박는다고
앞치마 두른 까치가 히히덕거린다
앗 소스라치며 까맣게 죽어가는 손톱
소름이 머리끝을 잡아 당긴다
박는다는 것은 살이 찢어지고 뼈가 바스러진다는 것
얼마나 많이 못질 했던가
못에 박혔던가
못을 박을 때는 함부로 쿵쿵 내리쳐선 안 된다
손을 꼭 잡고 머리카락부터 발가락까지 어르고 달래며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못 박을 자리에 기름칠을 하듯
여름비가 애무를 하고 있다
촉촉이 젖었다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보슬보슬 순해진 흙
밭고랑 모종 한줌씩 쥐고 못을 박고 있다
피 한 방울 없이, 박지만 박히지 않고 스미는 대지
고추 들깨 방울토마토 명화주 쇠비름까지
몸피 열어 안아주는 흙
저것들 흔들려도 뽑히지 않는
벽에 기대어 실핏줄 같은 뿌리를 내릴 것이다
어머니처럼 초유를 먹이고 포동포동 살찌울 것이다
장마통에 쑥대밭이 되어버린 묵정밭
못 박힌 사람들이 못을 박고 있다
까맣게 죽은 손톱
새살이 돋을 것을 믿으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빗살로 내려친 대못의 흔적이군요
쑥대밭 묵정밭과 죽은 손톱의 대비
흙을 사랑하는 시향입니다
감사합니다, 갑장회장님!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반갑습니다 테우리 갑장님
오 시인님이나 저나 틈만 나면 텃밭에 가지요
크고 작고 예쁘고 밉고
모든 것을 보듬어 아우르는 땅
사람들은 끄떡하면 남에 가슴에 못을 박고
또한 못에 박혔다고 아우성치지만
흙은 언제나 겸손하게 못을 받아들입니다
또한 무럭무럭 키워내기도 하지요
감사합니다
무더위, 장마 조심하시고요
심월님의 댓글

그렇지요. 땅은 못을 박아도 튕기지 않고 스미는 것처럼 빨아들이지요.
땅이야 말로 생명의 근원이지요. 저도 시멘트벽에 못박다가 손가락만 찧고 만 적이 있지요.
우리는 집안일에는 젬병입니다. 술이나 마시고 헛소리나 지저귀라면 그건 잘하지요.
하지만 요즘은 별 수 없이 쓰레기 수거도 집안일 돕기도 안하고는 못배기지요.
스며라 배암! 서정주의 화사가 생각납니다. 요즘 부쩍 창작열이 솟구치나 봅니다.
편편이 수작으로 감동을 불러일으키시네요.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직장에 정년퇴직하시고 지금은 사모님 사업 도와주시는 심월 시인님
그만하면 최고 멋진 가장이라 생각합니다
이순, 이제 지난 것들을 조용히 내려놓고 세월에 순응하시는 모습을 봅니다
저는 취미 삼아 농사를 짓는데 주말마다 텃밭에 갑니다
여간 재미가 쏠쏠합니다
제가 보고 들어야 시를 쓰는 스타일이라 풀꽃 하나도 유심히 바라봅니다
요즘은 발상이 통 안 떠올라 애가 타지요
된장 내 풀풀 나는 시를 벗어나 현대시로 가야 하는데
바꾸기가 참 어렵습니다
귀한 걸음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박는 것 보다..스미는 것의 힘이 더 크다는 것..
스미는 것은.....잔잔하고 티나지 않지만.......생명을 잉태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
아마, 우리 인생도 그렇게 천천히 스며들듯....
그게 정답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문안 드리니다. 건안하지요?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박는 것 보다..스미는 것의 힘이 더 크다는 것/
그렇습니다 박는 것보다 스민다는 것은
여간 수양이 필요하지요
버럭 화를 내다가도 상대가 조용히 받아들일 때
머쓱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들곤 하지요
스민다는 것은 받아들인 다는 것
땅은 침묵으로 그렇게 모든 것을 살포시 보듬어 줍니다
다재다능하신 시인님 오랜만에 참 반갑습니다 여여 하시지요
날로 사업 번창하시고 폭염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저번 잠 못이루게 해 거듭 미안요 ㅎㅎ
감사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못 팔아야 하지만 못 팔아도 사는 여자라는 홍정순 시인의 시구가 떠오르네요.
손가락 다 나으면 텃밭에 시원하고 근사한 원두막을 한 채 짓고 부채질하며 시 한 수 읊으세요.^^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톡톡 튀는 발상으로 창방에 활력을 주시는 고현로 시인님
반갑습니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벽과 촉촉이 스미는 흙을 대비해 보았지요
멋진 외모와 섬세한 글에 늘 부럽기만 합니다
장마에 건강하시고 좋은 글로 뵙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탁월한님의 댓글

감동의 여운이 깊은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구김살 없으신 김선근 시인님의 웃음이 들립니다
오늘 하루도 활력이 넘치시기를 기원합니다 -큰절,
김선근님의 댓글의 댓글

아이고 오랜만에 반갑습니다 탁문갑 시인님
늘 관심주시고 좋게 보아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사무사 , 시인은 일체의 사특함이 없어야 한다 라는
시인의 기본자세를 곱씹어 봅니다
늘 건강하시고 멋진 글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시인님 감사합니다
푸른별똥별님의 댓글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멋져요 시인님!
순수하고 깨끗 합니다
감히 누구도 흉내 못내 겟네요
감상 잘하고 갑니다
좋은글 많이 부탁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