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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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cyt
요양원 거실 미닫이문이 열리자 예닐곱 명의 할머니들 시선이 일제히 문 쪽으로 쏠렸다
할머니들의 구부러진 허리가 더 숙여지며 짚고 있던 지팡이에 힘이 들어간다
어떤 할머니는 멀어서 안 보이는 것처럼 눈을 부비며 고개를 더 내민다
식별은 거리의 문제가 아니란 걸 잊은 할머니들은 또 스스로 속는다
눈앞에 다가온 방문객이 내 딸이었다가 아니었고, 아니었다가 또 내 딸이었었다.
자주 찾아오는 딸이나 명절 때만 찾아 오는 손님이 되어버린 아들이나 먹여 살리려고
평생 한 줄로 서서 기다려 본 적이 없던 할머니가 시골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다른 할머니들이랑 소파에 일렬횡대로 앉아 호명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
“엄마 나야 나, 엄마 딸” 소리를 몇 번이나 질렀는데도
구식 텔리비젼처럼 반응이 없다가 한참 후에야 딸의 손을 잡았다
“오늘 집으루 데려 가려구?”
할머니는 큰 아들 작은 아들 차례로 안부를 묻곤 하던 장면은 편집되어 버렸는지
언제 집에 데려 갈건지만 물었다
“엄마 세 밤만 더 자, 그럼 다시 데리러 올께“
“세 밤?”
“응, 세 밤”
올 때마다 세 밤만 자면 집에 데리고 갈 거라는
딸이 돌아간 뒤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들이랑 다시 소파에 한 줄로 앉아
창 너머로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요양원에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을
먼저 불려간 할머니가 가르쳐 준걸까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purewater 님
오랫만에 뵈옵니다 반갑습니다
요양원에서 집으로 돌아 가는 길//
가슴 아리는 애잔한 시에 발 걸음 뭠처 섭니다
현대식 (고래장) 안인가 서글퍼 집니다
내 친구가 시립 요양원에 있는데 그의 딸과 같이 방문을 갔더니
딸 보고 누구여? 날 보고도 누구냐고......내가 우니까 울지마세요!
기가 막혀서 목 놓아 울고 돌아 섰습니다
한없이 우두커니 들어 오는 문만 바라보고 정든 가족 기다리는듯......
차마 보기 힘든 서러운 장면이었어요
아픈 마음 동참 합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휴일 되시옵소서! ^^
purewater님의 댓글

바람처럼 마음 한 조각 아무렇게나 걸쳐 놨는데 그냥 지나치시지 않고
머물러 공감해 주시니 참 고맙습니다
은영숙 시인님의 맑은 가슴에 투영되는 시를 읽어보며
휴일 아침을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