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8) > 창작시

빛속의 Camille Doncieux

흙 계단을 오르며 나는 산모퉁이를 거닙니다

거닐며 이름 모른 풀들을 생각합니다

전율은 타고 날으는 죽음에 이르는 새를 봅니다

날개없이 양산을 펴고 하늘끝에 다달은 새는

저를 보고 미소 짖습니다

미소를 들이 숨쉬는 나는 이제 구름입니다

풀들은 발에 밟히면서도 다시 일어섭니다

일어서는 풀들에 꽃을 치유하는 바람을 맞습니다

바람의 떨림은 고스란히 그들의 권리입니다

나는 꽃들에 자주색의 옷을 입힙니다

자주색은 가느다란 굵고 단단한 線입니다

제가 빨간색을 좋아한다고요? 아니에요

그건 사랑하는 당신의 印像입니다

나는 단지 흰 회색 속의 자줏빛이에요

아주 잠시 보듬어주고 싶은 흰 고무신의 코

그는 나를 이렇게 표현하드군요

어떻게 저런 빛이 내릴 수 있나요

노적봉에 얻힌 바람이 일어난 온유함입니다

빛은 밀대를 엮어놓은 시간의 얼레를 감습니다

뼈 마디마디에 얹히는 감촉 이건 사랑입니다

나를 감아주세요. 이 행복한 빛으로 감아주세요.

갇히고 싶어요. 나를 능욕해주세요. 벅찬 희열을 즐기게요

소스라치게 놀라는 저 감정의 복받침은 자줏빛입니다

촛농이 분위기를 타고 영역을 넓히네요

까칠한 붓끝에 돋아난 여백 거기에 눕겠습니다

빛은 빛이 있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어둠을 감싸는 빛, 아니면 어둠을 깨우는 빛

거기에 눕겠습니다

빛이 꺾이는 양산을 준비해주세요

註; 까미유 동시와는 인상파 화가 모네의 첫 부인이며 18살 때 모델로 만나 38세의 나이에 자궁암으로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