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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발소

깨끗이 쓸어놓은 앞마당

세잎유홍초 마른 씨주머니 뒤로

헐렁해진 유리창이 백내장을 앓는다

손 맵던  하이칼라 이발사아저씨는

눈꺼풀 위로 구름과 해를 얹고

나무의자에 앉아 아슬아슬 졸고 있다

페인트 벗겨진 기억을 더듬으니

천에 싸여 장발 내민

한 총각의 환영이 아른거린다

손바닥이 눈보다 깊어진 이발사는

총각의 머리칼을 툭툭 털어내며

계절 하나쯤 건넌 무심한 날을 짚어

다음에 또 오세요, 할 테고

그 ‘다음’이 바삐 해를 넘겼다가

어떤 느림보에겐 반평생 뒤도 되었다가

때론 총각의 고향집 아버지처럼

불귀(不歸)도 되었을 터

거쳐 간 누구든

머리카락 한두 토막은 정표로 간직하려고

시멘트바닥이 갈라진 틈을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