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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의 정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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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임동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6회 작성일 16-06-15 12:20

본문

 

 

 

 

 

 

사랑하는 이의 정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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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창세기 1장 3절)

기억이 있으라 하니 여기 네가 있었다

 

나는 구운 노을에게 벌 주려는 듯이

절벽의 가드레일 창유리을 툭툭 내려쳤고

먼지는 한 쌍의 새가 되어 날아든다

 

배웅까지 올 필요는 없잖아,

대리석 상자각에 부딪힌다

떠난 모습을 즐기고 싶어서,

이 얼마나 단단한 문장인가

 

먼지 재가 불꽃을 튄다 이리 와 봐, 하는

부싯돌로 불을 지피듯

이제는 거기에 네가 없다는 것을 잊은

저 펄럭이는 기억과 함께

무수히 많은 생을 살아내야 한다면

나는 쪼그린 해변의 파도와 너는 저무는 노을로 

다시 한 번 윗입술은 큐피트의 활이 되어

詩라는 화살촉으로 저 수평선에 꽂히고 싶다

너의 손끝에 오렌지가 두들겨보는

내 머리통이 

수박통도 아닌데 갸우뚱하듯이

우리는 함께

통통 바다를 때려볼 것이다

날아오르는 바닷새처럼 그렇게

한 무더기 오렌지의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곤 했다

할인마트 싱싱 코너에서는 늘 탱탱하게 그랬다


끝내 묻지 않았다 그리하여 지금은  

내 가슴 속에 갇힌

파랑새 한마리가 저 오렌지를 노랗게 쫀다

황혼이군 저 보랏빛 시간, 하면서

한 세월이 걸릴 것 같이

우중충한 디킨즈 스타일의 니코틴 연기를 풀어낸다

 

누군가가 물어주어야 할 담배연기

끝까지 자리를 잘못 잡았구나, 너는

나는 너랑 여기에 눕고 싶지는 않아

납골당도 금연 구역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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