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풍경 속의 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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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풍경 속의 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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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초저녁 액자틀이 창문을 대신하고 있다
사방에서 빗발쳐오는 총알도 없다
놈들이 퍼붓는 대량의 구조조정 굴뚝 연기도 없고
명퇴로 저격당한 염려도 없다
그리하여 이태리 쇼파 팔거리에 머리를 눕히고
여자는 알루미늄 커튼 레일을 드르륵 닫는다
많은 마호가니 계단과 잊혀진 장소를 떠올린다
거기에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오후의 낮달이 떠 있고
방공호 같은 그늘은 그림자를 녹인다
오래 살 것 같으니까
이제는 프루스트를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아
혼잣말을 하는 여자의 안경알은 더 두꺼워질 것이다
바윗돌의 앞날은 모래알이지
하지만 미래는 과거만큼이나 알 수 없는 신비야
어제는 나치가 굴뚝 연기로 유태인을 돌보았듯이
오늘은 유태인들이 팔레스타인들을 돌보지
이런 게 세상을 살아가는 요령이야
조그만 반짝이를 좋아하는 까치 같이
쪼아대고 있다 희생자가 박해자가 되는 세계사의 기억이란
문학사와 같은 두통이야, 두통이 바로 가시면류관이지
지금의 우리는 우리 자신이 선택으로 이루어졌거든
어느 초저녁이 된, 어깨 너머 액자틀 속에
겨울 왕국에나 어울릴 롱스커트가 내려다 보고 있다
저 여자는 나를 백설공주의 어떤 캐릭터와 동일시 했을까
일곱 난쟁이, 아님 키스 한 방의 왕자 일까
하지만 왕자에게는 이름이 없지 아마
사랑이라는 관념에 시달리지 않을테니까
사진 작가의 아름다운 검지 손가락처럼
벌거벗은 임금님도 아닐 꺼구
기억에는 계획적인 구도 따위는 없고 아수라장 속에서
그저 투명한 우연, 한 장을 뽑아내기 위해서 드르륵
거미줄 연사 버튼을 눌러두고 있다
가파른 산책길에 활짝 피인 징검다리 꽃들을 두른
황금빛 평평한 詩냇물 틀에 동그란 노을꽃도 한창이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저 어린 주둥아리들의 정밀함은 적어도 저돌적이다
첨벙첨벙 펄쩍펄쩍 톡톡 깨보는 청둥오리 새끼들 틈에
혼자만의 고고한 길을 주시하는 듯한 저 절벽 선 늑대들처럼
무지개 다리 아래, 어미는 어찌나 눈썹을 치켜세우던지
내 눈알은 대기권 밖으로 퉁겨나갈 것 같았다
세상의 난리도 아닌 사람들이 우연을 향한 드르륵 사격에
손바닥 찰칵 찰칵으로 스마트한 지원사격을 나서고
내 카메라는 밧데리 잔량이 다 되었다고 덜커덕 닫힌다
손톱 깍은 초승달처럼 날카로워진 하늘 아래
한 조각 남자가 누워 있다 크롬빛이 닳아버린 셔터처럼
방아쇠 위에 구부러진 시선처럼
사악한 마녀의 거울 속에, 듣고는 있는 거야, 하면서
여자의 까만등이 뒤돌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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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6-28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