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葛)꽃과 등(藤)꽃과 유월의 갈등과 /秋影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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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葛)꽃과 등(藤)꽃과 유월의 갈등과 /秋影塔
그리하여 유월엔
그녀와 만나면 나는 늘 물 위를 걷고
그녀는 물 밖을 걷는다
파도에 밀려 부표가 되기도 했다
섬을 떠나서 섬이 싫다는 그녀, 그러나 내게 그녀는 항상
섬이었으므로
그녀라는 섬의 오솔길마다에 점을 찍거나
선을 긋는 게 내가 하는 일이었는데,
마음에 몸을 숨긴 그녀,
절반은 쉰 듯한 고동소리는 그녀의
입을 지나서 벽을 뚫고 벽의 중간쯤에서
사라졌다
달빛 절반 어둠 절반으로 그녀의 몸뚱이는
해부 되었고 나는 메스 없이 그녀의 몸에
나를 심어놓고 한숨으로 갈무리를 한 다음
열리지 않은 문으로 빠져나와 해변을 걷는다
그러나
그녀가 옆에 있었으므로
해변도 사각의 방이 되었는데
사선으로 허공을 가르는 등대불이 우리를 할퀴었으나
상처는 보이지 않았고
데이지도 않는다
섬에서 뭍을 부르는 그녀와 뭍에서
섬으로 유랑하는 나,
설(設)을 대화로 늘어놓으면 섬도 육지도
사라지고 말아 우리는 낯선 곳을 헤맨다
제 몸 갉아먹고 얽히다가 설키다가 몸이 붙은 등꽃 아래,
저를 감아 제 속을 들여다보고서야
꽃이 되는 칡넝쿨 아래
꼬았다가
붙었다가
갈등(葛藤)으로 꽃이 되는 우리는,
아, 그래서 우리는 유월에 오래 머문다
댓글목록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안녕 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섬처녀와 뭍의 사나이의 아름다운 사랑을
갈꽃과 등나무로 비유해서 행간의 시로 빚으신
시인님의 주옥 같은 시에 머물다 가옵니다
오독인가요? 머리가 너무 아파서 뇌의 해머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하는 듯 합니다
오독이라면 혜량 하시옵소서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고운 밤 되시옵소서!
추영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등나무는 제 살을 파먹고 사는 나무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먹고 살지요.
칡은 노송을 뒤덮어 결국 그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듭니다.
칡이 무성한 산은 황폐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칡과 등나무처럼 사람의 감정이 얽히면
우리는 갈등이라고 하지요.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갈등이 없겠습니까?
그래도 칡꽃과 등꽃은 향기도 좋고 아름답지요.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보여주는
갈등!
감사합니다. 건강하셔야 합니다. 은영숙님!
^^
노정혜님의 댓글

고운 시향에 머물다가 갑니다 감사합니다
늘 향 필하소서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시작에 몰두하시는
노정혜님께 존경과 경의ㅣ를 쵸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