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1】감사 건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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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건조증
읽던 책 페이지를 펴다 손가락을 베었다
나태의 수렁에서 잠자던 감각이 소스라치며 깨어난다
저 보드라운 모서리에 나를 질책하는 전의[詮議]를 숨겼다
연둣빛 책장을 넘길 때
꽃으로 피 흘리는 상처를 희생이라 읽지 못했다
보리가시 밑동에 감춘 풋 물이
일용할 양식을 보시하는 사랑이라 읽지도 못했다
과육에 고인 단맛이 비바람 견딘 눈물의 시원이었음을 읽을 줄 몰랐다
딱 한 번 주어진 책 한 권, 남은 페이지가 얇다
건성건성 넘긴 페이지에 베일 만 하다
꽃물 생명수로 호된 죽비를 맞을 만 하다
늦 트인 어둔 눈으로 남아있는 행간에 붉은 밑줄을 긋는다
계절이 나를 몇 장 넘긴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네 벌써 단오가 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여름이라나요..
물마른 여울을 걸어가는 듯한 세상
감사라도 넘쳤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오시인님...요즘 글이 안 되요...
이제 필을 놓아야 할까 봐요...
늘 배움을 주시는 오샘에게 경배 ^^
김태운.님의 댓글

보리가시 밑동에 감춘 풋 물이
일용할 양식을 보시하는 사랑이라 읽지도 못했다 ///
그 사랑은 아마 아가페적 사랑인 듯합니다
역시 감사엔 습한 기운이 있어야, ㅎㅎ
훌쩍^^감사합니다. 선생님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흔히 최악의 시를 반성의 시라 한다지요...
그래서 최악의 한 편을 놓으며 습한 기운이...
책 한 권 더 받을 곳은 어디에도 없으니
저도 훌쩍...감사합니다. 김시인님^^
최정신님의 댓글

변명 / 이명수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다고 시인 이상은 말했다
청탁이 와도 줄 시가 없을 때
시인은 가난하다
쌀독이 비어 끼니를 거른 적이 있는가
품은 시 몇 편도 없이
이 불황의 계절을 넘자니
가슴이 시리다
하나 굶주림도 재산이다
배낭 가득 이면지를 넣고 떠나자
시 쓰기 좋은 곳을 알고 있다
은영숙님의 댓글

최정신님
안녕 하셨습니까? 반갑고 반갑습니다 선생님!
날씨가 무척 더워 졌습니다
과육에 고인 단맛이 비바람 견딘 눈물의 시원이었음을 읽을 줄 몰랐다//
생각의 벤치에 앉아서 자성의 길 걸어 봅니다
의미를 부여한 고운 시 자알 공부 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행보 되시옵소서
존경하는 최정신 선생님!!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지인이 지어 놓은 상추 뜯으러 따라 나섰다가...
팥죽 같은 땀을 흘리고 왔네요
꽃보다 예쁜 상추...로 더위를 식힐 저녁이 기다려 집니다
자성이 담긴 시는 패기처분 감 입니다
이명수시인님의 변명이 딱 제 얘기입니다
더위에 건강은 더 필수인거 아시지요...감사해요^^
현탁님의 댓글

계절이 넘긴 책장에 연두가 짙어지는 까닭은 내공이 깊다는 것인데
이 내공이 눈물의 시원이라는 것도 모르고 부러워 했네요 아무렇게나 굴러가는 것이 아닌
자분자분 끌고가는 것이다
이렇게 읽습니다 오랜만입니다 샘 잘 지내시지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서술은 쉽게...사유는 깊게...라는 시의 교과를 습득하기가 이렇게 어렵군요
억지스럽지 않은 반대말은 자연스러운 것일텐데...
둘 중 한 가지라도 건졌다면 다행이지요
원석에서 사유를 캐는 탁님...일취월장에 박수 드립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그러니까 베였으니 B형 아니면 A형으로 쓴 시로군요.
단언컨대, 이 시를 읽고 감사할 줄 모르면 필시 독자는 안구 건조증을 지녔다.
한 권의 시집도 보랏빛 꽃도 무색하게 만드는 왕 중 왕 시인 최정신.
손끝만 살짝 움직였는데도 절창이군요.
올여름 맹위는 저에게 주시옵고 내내 시원, 상쾌하세요.
최정신님의 댓글의 댓글

아! 쪽집게...통영산 미남...피랑의 언덕...어스름은 절풍...
어찌알았을라나요...소심증A...복 중 복은 그대 옆지기...
미소와 품이 맨발로도 못 따라가겠더이다
오늘 맹위는 흔적 남기신 통영산 바람으로 상쇄합니다^^
잡초인님의 댓글

'과육에 고인 단맛이 비바람 견딘 눈물의 시원이었음을 읽을 줄 몰랐다'
느낌이 있는시 서술은 쉬우면서 깊이가 끝이없는 길을 가시고 계신 최정신 시인님에
성찰에 많은것을 배우고 갑니다
책 한권 만져보지도 못한 저는 많은것을 반성 하는 시간입니다
오랜만에 뵙는것 같아 반갑습니다 그리고 좋은 시 한편 감사 합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무릇 잊여지는 것, 또는 시시하게 치부되는 것을에서 과육의 맛을 꺼내는 것이
시인의 안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문득 지나치다 돌부리에 걷어채이는 발걸음에 잃어버린 나를 찾는 것,
빈 페이지에 손을 베어 찾아낸 것이 시라면, 삶이라면 나름 성공이랄 수 있겠고 이 어찌
감사가 아닐까 합니다.
오늘은 오래된 책장을 넘기며 마음을 베일 수 있도록 시간을 들여다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