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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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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49회 작성일 16-06-09 23:20

본문


하나,

지붕 위에 처마가 맞닿는 달동네다

이웃과 벽을 사이에 두고
방 한 칸에 식구들이
모로 눕는 밤이 가난인 줄 몰랐다.

고기 고기 하던 문간방에 새댁이
밥술에 얹은 멸치 한 마리
하마 새끼 입에 넣는 수저를 보았을 때
사랑은 순결했다

그 밤, 알 수 없는
동물의 신음 소리를 들었지만
라디오의 볼륨을 높여
별이 빛나는 밤이었다

불씨가 남은 연탄 제로
남편의 대갈통을 후려치고 이은 주먹다짐
겨울이면 위풍에 촛불이 흔들리던 벽이
무너지는 상상을 했다

장마당에 다녀오던 장 씨 부부
여자는 안대를
남자는 머리에 붕대를 하고
하드를 입에 문 팔짱은 애증이었다

언 년과 눈이 맞아 교외로 나가던 날
논두렁에 처박혀 부동산을 접었다는 남편을 둔
이웃집 누나
아침이면 담배 하나, 소주 하나, 라면 하나
두고 봉제공장에 출근했다.

그렇게 삼 년,
인간은 바닥까지 떨어지면 짐승이었다
그와 간간이 변소에서 만날 적에
누런 이를 보이던 비열한 웃음을 보았다




산동네에 완장 부대들이
골목길을 돌아다녔다

연탄아궁이 위에 물 끓는 솥뚜껑이 좋았다
언 발을 올렸다가 오른발을 삶은 나를
어머니는 정종을 부었다
어머니와 번갈아 등교를 시켜 주던 학성이

여전히 멀대같이 큰 키에 구릿빛 얼굴이었다
그 물매 빛 눈빛은 간데없고
스포츠머리에 붉은 완장은
금방이라도 불도저가 산을 오를 것 같았다

조합장이 반대파를 선동하고
반대파는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하고
흉숭한 소문들이 꼬리를 물더니
산 동네 쉼터였던 구멍가게 평상이 없어졌다

두꺼비 집을 주면 새집을 줄 것 같았다
두꺼비들이 뿔뿔이 흩어지던 날
골목 끝 골방에 새 들어 살던 꼽추 아저씨
보증금을 까고 월세는 만삭이었다

처지가 안타까워
어머니는 보증금을 고스란히 내주려 했다
조합의 완장 부대에는 말 못 하고
두 곱 세 곱 협박했다.

붉은 O자가 담벼락에 그려졌다
그는 여전히 골방에서 살았다
입담 좋고 활달했던 그의 굽은 등이
산동네에 불이 꺼진 슬픔의 민낯이었다





꿈에 그리던 아파트에 입주하기 전날이었다.

송장 하나 눕히기에는
새로 지은 빌라도 넉넉했다.
주차 시비, 조금만 친해지면
안방까지 밀고 들어 오는 몰염치만 빼면

서울 하늘 아래 내 집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다
터 되로 앉은 마른 모 지붕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오래된 신문지 활자를 뛰놀던
쥐들이 없다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었다

집으로부터의 급한 호출이었다
그 밤, 아내의 설득과
어머니의 눈물을 보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언 땅에 불을 놓아
집을 짓던 산동네를 그리워하셨다

정 남향의 집은 꿈일 뿐이었다
종일 해가 들어 와
일요일 아침은 암막 커튼을 열어야 왔다
큰 창 앞에 가로등은 꺼질 줄 모르는
방 등이었다

빌라를 버리고 아파트에 들어가자
난생처음 시루떡을 쌓은 고층 상자 각에
짐을 풀던 밤은 현기증으로
밖을 내다볼 수 없는 구름 위에 산책이었다

좀 더 넓은 평수
화장실이 두 개 딸린 안방은
낯선 곳에 닻을 내린 항구였다
가난이 무엇인지 처음 깨닫는 밤이었다


넷,


청산금은 갈등이었다

구청장은 아파트를 팔고 갔다더라
조합장은 상가를 샀다더라
헬스장은 임대료 한 푼 없이 쓰더라
우리 재산 찾기 조합이 선봉에 섰다

피켓을 든 노인들이 연일 구청 앞에서
목청을 돋웠다
현수막이 붙고 벽보에는 붉은 피 칠이었다
서로를 격려하는 전화가 빗발쳤다
어머니는 매일 도시락을 쌓다

그 이듬해의 여름은 아스팔트가
불같이 타올랐다
건설사의 독촉장이 압류장으로 바뀌어 갈 때쯤
통장의 잔액을 비워 압류를 막았다

돼지고기가 불판에 이글 타오르고
소득 없이 끝난 싸움이었다
어머니의 분노는 소주잔에 따라 마셨다
비로소 문 폐에 번호를 등기 한 날이었다



다섯,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하지 않는다

조합장의 아들은 학원을 차려놓고
교육자 행색을 한다
완장을 찾던 학성이는 술집을 차리더니
외제 차를 아파트 입구에 세우기를 즐긴다

언제 한번 놀러 와라
의례 따라오는 명함에는 감투가 붙는다
동창생들이 모인다는 큰 손
개 같이 벌어도 정승같이 써라

가난이 가난인 줄 모르던 산 동네에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마천루가 올랐다
그런데 왜, 하늘은 손바닥만 한 거지
그런데 왜, 여전히 나는 산동네를 오르는 거지

가슴이 쪼이는 날에는 옥상에 올라
별을 세던 밤은
건너편 산등성이에 촘촘한 사람의 집들은
가슴이 따뜻한 붉은 등을 켜지 않는다

주차 시비는 몰염치는 사라졌다
쥐들이 활자를 밟고 뛰놀던 기억도
시나브로 굴러가는 자동차가
하나에서 두 개로 셋으로 인수분해한다

네모 반듯한 방에 눕는 게
한 때는 소원이었다
버튼만 누르면 오르는 하늘이
손만 뻗으면 잡을 것 같은 구름이
말한다

인간의 조건은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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