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날까지 섬과 더불어 섬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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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섬과 더불어 섬처럼 살고 싶다 / 테우리
소나 말로 달구지나 굴리던 이 섬에 이젠 기름으로 구르는 차들이 하도 많아 너도 나도 불붙은 부랭이처럼 물에 빠진 몽생이처럼 서두르는데 부리나케 살아봐야 고작 한세상인데 뭐가 그리 급할까, 저승이 천당이라면 모를까 혹시 지옥이면 어쩔려고
웬만하면 여기 돌하르방처럼 묵묵히 천년만년 살고 싶다
천에 하나 만에 하나 하늘에서 불똥이라도 튈 것 같으면 성판악을 두들겨 패는 장대비처럼 확실하게 살거나 모슬포 바당을 찢어발기며 가파도든 마라도를 통째로 집어 삼킬 것 같은 파도처럼 악착같이 살자, 설령 그렇더라도 지삿개 절리를 물어뜯듯 앙탈부리는 건 잠시잠깐이면 좋겠다. 백록담에 다시 불꽃이 피어오른다면 모를까, 어차피 한세상 그리 급할 일도 없을 텐데
사라봉이나 차귀도 일몰은 아예 쳐다보지도 말자
웬만하면 성산포 일출처럼 서귀포 날씨처럼 살고 싶다
살다 살다 날고 싶을 땐 365일 번갈아가며 억새처럼 오름을 오르면 되고
더 높이 날고 싶을 땐 새털구름처럼 한라산 영봉을 품으면 되고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자연에 순응하면 사시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늘 건 필하셔 천년만년 사십시오 감사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세월을 밟을수록 자연이 참 좋다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좋은 자연이라 살만합니다만...
감사합니다
두무지님의 댓글

태곳 적 순수한 삶!
정이 묻어나는 마을과 사람
누구나 그렇게 살고 싶겠지요
제주에 때 묻지 않는 풍습 지키며
오래토록 오손도손 지내시길
빌어 봅니다
따뜻한 글, 부러운 마음 입니다
감사 합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말씀처럼 그렇게 살길 원합니다만...
여기도 이젠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더 이상 개발이 되지 말앗으면 하는
소극적 희망입니다
감사합니다
고현로님의 댓글

제주도는 참 아름다운 섬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다 하겠죠?
독특한 지명도 참 아름다워서 지명만 마구 나열해도 예쁜 시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김태운 시인님의 독보적인 감각으로 엮어져서 그런 것이지만 시와 제주도 시인, 참 근사합니다.
감상 잘하고 미세먼지와 우중충한 매연이 가득한 도심으로 달려갑니다. 건강하세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아름다운 곳 아름답게 지키는 것이 이 시대를 사는 저희들 몫이지만,
자꾸만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만 골몰하고 잇답니다
그 고유한 지명은 남아 있겠으나
본연의 멋은 점점 사라질 것이라는
아쉬움만 늘 한결 같습니다
이게 다 그 잘난 돈탓이겠죠?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