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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4번>식물성 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손성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731회 작성일 16-06-06 18:43

본문

 

 

식물성 여자/손성태

 

 

 

 

걸어 다니기를 싫어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냥 서 있어도

비가오고 바람이 불고 나비와 벌이 날아오고 해와 달과 별들이 찾아오기에

두 다리를 붙이고 땅속에 깊이 파묻은 한 여자가 있다

숨도 하루에 딱 한번 쉬어도 되고

옷도 쓸데없으니 매끈하게 벗어버리고

서서 잠들고 서서 깨어나면서

땅과 하늘을 반죽하는 한 여자가 있다

정수리의 검은 머리는 푸른 집광판이 된지 오래

꺾기고 찢겨지고 밟히는 창틀들은 촘촘히 닫고

안으로만 뿌리를 길게 내리는 한 여자,

발가락은 점점 길어져서 키만큼만 퍼지고 깊어지고

발바닥의 숨구멍에서는 혀가 들락대고

솜털은 길게길게 자라 닥치는 대로 휘감아 부수어 

빨아들이는 한 여자가 강가에 서 있다

땡볕에 그늘을, 비바람에 동굴을, 추위에 잎들을 떨구어내는 한 여자,

빌붙지 못하게 스스로 독을 만들어 바르는 한 여자가

갈라진 강바닥으로 허리를 굽히며 손을 뻗치고 있다

천년을 간절히 꿈꾸며

손끝에서 자라난 뿌리를 내밀고 있다

애써 고개를 치켜들고서

추천0

댓글목록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손성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일단은 남는 장사입니다.^^
영감을 얻고 이것을 글로 형상화시키는 작업이
마냥 즐겁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 노정혜 시인님 고맙습니다.^^

현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현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미미지의 여자 저 여자 운동은 발가락이 하는 건지 날씬하네요
전 죽어라 운동해도 살만 찌는데
이미지를 잘도 풀어내십니다
감사하게 읽고 갑니다 샘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손성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살이 덕지덕지 붙고 있습니다.
산행도 하고 저녁에는 땡기는 식욕을 다독이고 있는데 아마도
발가락 운동을 안해서인가 봅니다.
내면을 충실히 보고 심연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면
군살이 없어질런지요. ㅋ
현탁 샘의 고운 발자취에 일순,
날씬해졌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미지 잔치 때 손수 작품 올려주시는 회장님 있으면 소리쳐 보라고 해.
봐, 아무도 없잖아요.
벌써 상반기 마무리 달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기온이 오를수록 점차 싱그러운 향취가 나는 여인인 것 같습니다.
녹음이 에워싸듯 시원, 상쾌한 여름하십시오.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손성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인님, 잘 계시지요?
늘 파도소리와 함께 푸르게 웃으시는 시인님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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