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4번>식물성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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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여자/손성태
걸어 다니기를 싫어하는 한 여자가 있다
그냥 서 있어도
비가오고 바람이 불고 나비와 벌이 날아오고 해와 달과 별들이 찾아오기에
두 다리를 붙이고 땅속에 깊이 파묻은 한 여자가 있다
숨도 하루에 딱 한번 쉬어도 되고
옷도 쓸데없으니 매끈하게 벗어버리고
서서 잠들고 서서 깨어나면서
땅과 하늘을 반죽하는 한 여자가 있다
정수리의 검은 머리는 푸른 집광판이 된지 오래
꺾기고 찢겨지고 밟히는 창틀들은 촘촘히 닫고
안으로만 뿌리를 길게 내리는 한 여자,
발가락은 점점 길어져서 키만큼만 퍼지고 깊어지고
발바닥의 숨구멍에서는 혀가 들락대고
솜털은 길게길게 자라 닥치는 대로 휘감아 부수어
빨아들이는 한 여자가 강가에 서 있다
땡볕에 그늘을, 비바람에 동굴을, 추위에 잎들을 떨구어내는 한 여자,
빌붙지 못하게 스스로 독을 만들어 바르는 한 여자가
갈라진 강바닥으로 허리를 굽히며 손을 뻗치고 있다
천년을 간절히 꿈꾸며
손끝에서 자라난 뿌리를 내밀고 있다
애써 고개를 치켜들고서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재미있는 글 머물다가 갑니다 향 필하소서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일단은 남는 장사입니다.^^
영감을 얻고 이것을 글로 형상화시키는 작업이
마냥 즐겁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세요. 노정혜 시인님 고맙습니다.^^
현탁님의 댓글

저 미미지의 여자 저 여자 운동은 발가락이 하는 건지 날씬하네요
전 죽어라 운동해도 살만 찌는데
이미지를 잘도 풀어내십니다
감사하게 읽고 갑니다 샘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저도 살이 덕지덕지 붙고 있습니다.
산행도 하고 저녁에는 땡기는 식욕을 다독이고 있는데 아마도
발가락 운동을 안해서인가 봅니다.
내면을 충실히 보고 심연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면
군살이 없어질런지요. ㅋ
현탁 샘의 고운 발자취에 일순,
날씬해졌습니다.^^*
동피랑님의 댓글

이미지 잔치 때 손수 작품 올려주시는 회장님 있으면 소리쳐 보라고 해.
봐, 아무도 없잖아요.
벌써 상반기 마무리 달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기온이 오를수록 점차 싱그러운 향취가 나는 여인인 것 같습니다.
녹음이 에워싸듯 시원, 상쾌한 여름하십시오.
손성태님의 댓글의 댓글

이 시인님, 잘 계시지요?
늘 파도소리와 함께 푸르게 웃으시는 시인님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더운 여름날, 건강 조심하시고
건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