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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 미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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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2회 작성일 16-06-07 11:47

본문

장미란 미망인

  

이영균

  

  

포성 뒤 꽃잎 우수수 떨어졌다

어느 곳이든 떨어져 날리면 가시밭이다

짝을 잃고 헤매는 가시밭은

피가 철철 흐르는 맨발

  

능선마다 달빛에 피어오르는 화염

역한 피비린내가 그의 향기 된 지 벌써 오래고

유린당한 산천의 처절한 통곡의 토사

계곡마다 흥건히 무너져 내렸다

죽은 강산의 귀천 전송하는

수천수만의 나비들 날아오를 때

  

유린의 가시밭을 굳게 딛고 벗어나

버려지듯 폐허에 옹색한 둥지를 틀고

바람을 피해 가까스로 육신을 추슬러봤자

유랑의 끝 절망의 늪에선

희망 걸어 볼 나무 끄트머리 하나 없다

  

구걸 끝에 풀떼기라도 건네는

후한 인정 만나는 날은

발에 박힌 가시라도 뽑는 날이나

그다음은 아무런 희망도 없이 목숨 연명할

지푸라기라도 찾아 나서야 했다

  

누추하기가 벼락만 같이 무자비한 세상

이 땅에 여인이란

그의 아내란 사유로

이 전장의 가시밭에 찌낀 꽃잎으로

나뒹굴어야만 하나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겨우

해 딛는 비탈에 숨 매달고 있을 때

지나가리. 한 민족의 처절했던 비극은

따뜻하리. 진정 따뜻하리. 그대여

곤히 잠든 이제 그 품은

  

  

* 현충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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