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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11> 거미와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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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태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52회 작성일 16-06-08 22:02

본문

 

          거미와 바람

 

열기로 가득 찬 도심의 공원

숲 터진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가만히 흔들리는 검은 돌 하나

하이옌이 필리핀을 때리고 간 날

사람들이 바람에 울고 있을 때

바람으로 그 바람으로

브르즈 칼리파 높은 집을 지었다

우뚝 솟은 두 나무의 양쪽을 이어

야무지게 엮은 집을 지어놓고

쉬고 있는 거미

떨어지고 다시 기어오르고

곤두박질은 몇 번이나 쳤을까

골수를 뽑아 공중에 뿌리면서

바람이 불어오기를 얼마나 바랬든가

아버지가 매어준 요람 속의 아기처럼

바람에 출렁이는 방 한복판에서

고단한 삶의 식사를 기다리고 있다

날개 없는 목숨이

허공을 다스리고 있다

바람이 비켜가는 집을 지어놓고

바람을 놓아주며 바람을 다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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