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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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이연옥
물 속이다 수시로 맑았다 흐린다
수로를 따라 드나들었다
식구들이 꽃을 들고 오는 날보다
비를 들고 오는 날이 많았다
꽃과 비를 나란히 화병에 꽂고 꽃보다 비에 물을 많이 주었다
비가 더 많이 고이는 날은
물길로 나가 몰려드는 것들을 막고
방파제가 되었다 가시를 품은 물고기가 되어갔다
돌아오는 길은 어두웠다
매번 내보내던 수로를 휘청거리며 더듬어 올랐다
비를 들고 오던 그림자를 쫓았다 몸속에서 핏빛 백일홍이 지천이다
밟힐 적마다 가시가 돋아났다
밀려드는 물길을 지느러미로 후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의 운명은 悲인가?
꽃을 버리고 비를 들고 오던 그림자를 가슴에 품었다
물속은 때 없이 흐리기도 하지만, 비가 꽃으로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물결을 만들기도 한다
팔랑이는 꽃과 비가 또 하루의 물결을 만들며 수로를 빠져나간다
나는 물을 정화시키며 종일 꽃을 기다린다
댓글목록
Sunny님의 댓글

제 마음의 오늘일기는 비
종일토록 비에 물을 주었지요.
아마도 내일 쯤은 꽃이 필듯 싶습니다..
좋은 시 감상 잘하고 갑니다.
산풀처럼님의 댓글

오늘 쯤은 꽃이 필 거라니
기대가 되는 하루가 되겠군요.
감사해요. 좋은 밤 되기를 요.
金富會님의 댓글

심상이 참 아름답습니다.
비의 운명은 悲인가?................비를 바라보는 마음의 한 구석이....
비가를 읽는 듯합니다.
그림이 선명한 선생님의 작품을 시마을 창작방에서 읽네요..^^
반가운 마음에 인사 드리고 갑니다.
넉넉하신 품성 그대로 입니다........
좋은 작품....^^
산풀처럼님의 댓글

칭찬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시마을 선생님들 작품활동이 눈부시구요
선생님같은 분들이 계신 덕분이리라 생각해요.
앞으로 종종 뵙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