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에 꼭 오시고 싶거든 /추영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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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에 꼭 오시고 싶거든 /秋影塔
나 사는 곳이 정녕 궁금하다면
구름 없는 밤에나 오시구려
가로등도 외등도 없는 이곳, 별들이 눈을 모아
길은 비춰 줄테고
컹컹 짖어대는 개 두세 마리 찾아오신
연유와 안부를 물을 것이외다
혹여 네 발 달린 자동차를 타고 오셨거든
차는 저 아래 동구밖 늙은 은행나무 밑동에
목줄 매어 묶어 두시고 걸어서 올라오시구려
골목이 좁고 이리저리 어지러워
집 찾기 어렵다고
생각을 바꿔 그냥 돌아가실
요량이면 예까지 왔던 마음만은 꼭 놔두고
가시고
그럭저럭 집 앞에 당도하였다면 얼기설기
엮은 싸리문은 살짝 들어 올려서 조심조심
여시고
집안의 어둠이 깊어 별빛마저 들지 못하니
촛불이 나올 때까지는 토방 앞에서 잠시
기다리실 일이외다
결례라는 생각이야 백 번 들지마는
빈찬에 잘 익은 막걸리를 마시기에는
퀴퀴한 곰팡내 나는 방안보다는
가슴 서늘한 마당가 평상이 좋을테니 한 밤
으슥하도록 취해나 보십시다
댓글목록
노정혜님의 댓글

자연 속에 자연을 닮았구려
산과 들이 어우러져
사는 맛도 자연이라 좋은것 같소이다
건강하셔 좋은시 많이 올려
대작을 남겨소서 존경을 드립니다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노정혜 시인님! 안녕하십니까?
시인도 아닌 사람한테서 대작은 무슨 대작이
나오겠습니까? 소작도 찾아주시는 분에게
고마울 뿐이지요.
지금 시골에 가로등, 외등 없는 동네가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옛날에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등잔불도 아까워 빨리 못 켜고 손님이 오시면
성냥도 아닌 부싯돌로 겨우 불을 켜고,
마당에 멍석깔고 모깃불 놓고 막걸리 한 잔이라도 대접하던 시골 인심이었지요.
지금 사람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너무 풍족해서 의식주에 대한 고마움은 아예
생각 밖이지요.
찾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노정혜 시인님!
은영숙님의 댓글

추영탑님
고운 시에 머물다 가옵니다
자세히도 가르쳐 주시니 눈감고도 찾아 갈듯 합니다
별빛 조는 밤 평상의 정경이 정서의 상념 속을 머물게 하네요
감사 합니다
건안 하시고 즐거운 시간 되시옵소서!
시인님!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은영숙님, 반갑습니다.
은영숙님께서 오신다면 씨암탉 한 마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풋고추 따고 상추 뜯고 된장에 요즘 귀한
꽁보리밥에 시원한 우물물 말아··· 하하
마당가 부채로 모기 쫓으며 즐거운 얘기
한 보따리 풀어놓고, 다시 출출해지면
설컹설컹한 감자도 쪄 내오고.
댓글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하고 지루하지 않고,
보람찬 하루 보내시기를 빕니다.
.......................................
별들이야기님의 댓글

와우
멋지다
시인님이 따로 없군요
추선생님이 진짜 시인 이군요
지금껏 본글중에
젤 이십니다요
추영탑님의 댓글의 댓글

별들이야기님께서는 무조건 좋다, 좋다
하시니, 그 절반만 받아들이겠습니다.
양시인님께서도 그런 젊은 날의 경험이
있으시겠네요.
상사+병, 요거 조심하셔야 합니다.
요즘 시를 읽어보면 자꾸 일탈을 도모하신다는 느낌이 드는데, 눈치 빠르신 사모님께서
참는데까지 참아보자! 하시며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지 심히 걱정 됩니다.
만사 조심, 또 조심이 유비무환입니다.
ㅎㅎ
비 소식이 있다하니 더위도 조금 누그러지지
않을까요? 댁에서 부인과 마주앉아
시원한 냉막걸리나 드시면서 행여 주막집
점있는 여자 생각일랑 마시기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