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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제주 버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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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24회 작성일 16-06-03 13:37

본문

 

   

 업그레이드 제주 버전 2016 / 테우리

 

 

 

  1.

 

  해발로 버틴 1950m 사열대

  그 둘레는 1849.2연병장이다

  대략, 서울의 3

 

  그 위용은 좌우로 각각 백리百里쯤 올라섰다 

  정상의 중심으로 거침없이 몰입했다

 

  아! 천기天氣로 수렴하며 지기地氣로 발산한 저 위상

 

  감히, 거역할 생각 만 마리 상어에 한 알만큼이나

  혹은, 백사장에 모래알 한 톨만큼이나 품었다면

한바당1)으로 뛰어들 수밖에

 

  거대한 군단을 침묵으로 호령하는 자

  다름 아닌 한라대장군이다

 

 

  2.

 

  후덥지근한 하늘 아래 사방으로 도열한 군바리들

  지금은 일제히 초록의 제복을 걸치고 있다

  장군의 우렁찬 사자후 구령은,

수백만 년 전부터 수백 차례 마구마구 하늘로 화염을 뿜어대던

적룡의 트림이다

 

  이후 산만한 바윗덩어리로 칡넝쿨을 움켜쥐고 줄곧,

무신거랜 골암신디 왁왁헌2)

그 침묵 속으로 도사린 묵상 지휘다

  휘하, 오백장군을 위시한 속속들이 척척

  무작정 복종이다

 

  여기 저기 항명하는 자, 나태한 자

  우두둑 우두둑 가차 없이 꼬꾸라지고 있다

  트멍트멍3) 붉은 꼬락서니들 

  죽을똥말똥, 희여뜩허다4)

 

 

  3.

 

  붉은 육갑六甲의 손오공 같은 기십5)이 새해 초장부터 설치고 댕기더니

잠시 숨 고르던 버르장머리 없는 하늘소들의 시뻘건 음모다

  멀쩡한 소낭6)들을 붙들고 염병질하고 있다

 

  주홍글씨처럼 붉게 물들인 군복들은 발본색원의 본보기

  함께 썩어가는 부하들을 충직한 청송처럼 지키려는

고육지책의 충정忠情이려니

 

 

  4.

 

  연병장 관람석엔 인해전술의 떼들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쏼라 쏼라 어림 반 푼어치도 못한, 쓰잘 데 없는

갈무리 생각들, 당장 집어치워라

 

  아무리 막강한 비바람군단의 공격에도

  부릅뜬 외눈박이 휘몰아치는 위협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맨몸뚱이 일당백의

  독불장군이려니 

 

 

 

  ---------------------------------------

  1) 한 바다, 큰 바다 또는 바다 한 가운데

  2)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주 껌껌한

  3) 드문드문, 또는 틈틈이

  4) 죽을 듯 말 듯 정신이 어지럽다

  5) 담력, 겁이 없는 기운

  6)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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