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나의 얼굴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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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의 얼굴을 찾다 / 테우리
샘이 솓던 세미오름이 삼의악으로 사모악으로 삼의봉 등등으로 뒤바뀐 사연만큼이나 비가 작작거리는 아침, 막바지 고사리나 꺾어볼 요량의 산행이었다. 초록이 따라 짙게 쏟아지더니 비도 따라 침엽수처럼 우거지고 그렇듯 두어 시간 오르내리는 굴신의 고생살이로 아기 고사리 한 봉다리 얻었으니 꿩 먹고 알 먹고 제삿상 나물거리는 충분하겠다며 중얼거리다 마침 아래로 비친 내 꼬락서니가 딱 물에 빠진 생쥐다. 얼른 사람의 참모습을 되찾고자 헐레벌떡 목욕탕으로 뛰어들었다. 홀딱 벗고 쭈그렸더니 웬걸 내 인상 같은 것이 턱 아래로 다가온다. 내 몸뚱아리며 하반신의 흔적은 온데간데없고 쩍 벌린 두 팔이 맨 아래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 위에 있어야할 모가지는 늙은 호박 같은 볼따구에 가린 것 같고 오늘 따라 축 늘어진 혓바닥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주둥이는 그 망측한 혀에 가려 직접 볼 순 없으나 움찔거리는 낌새를 보니 그 아래 달팽이처럼 꽉 달라붙은 것 같다. 그 위로 움푹 파인 곳에 콧구멍 하나는 애시당초 모태로부터 숨을 쉬던 곳이겠고 좌우로 눈은 두 개지만 알 대신 촉수 같은 꼭지가 달렸다. 늘상 옷으로 가리고 다녔으니 당연 퇴화되었겠지만, 근데 아까부터 아무리 찾아도 도통 귀가 안 보인다. 아마도 좌우로 때를 밀고 있는 길다란 것이 위치상 귀가 맞을 것 같은데 귓구멍이 없는 걸 보니 촉각이 청각을 대신하는가보다
오늘 우연히 되찾은 진짜 내 상판떼기가 참으로 우습다
거짓말처럼 우스운 몰골이지만 내 얼굴의 진면목은
내 자신과 진짜 가까운 내 사람만 볼 수 있다
여태 거울로 반사되던 건 사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한낱, 투영일 뿐이고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시인님 진짜 얼굴은 어떤 모양일까요.
천의 얼굴을 가지신듯,
글의 추임새가 다양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김태운.님의 댓글

사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내 얼굴인 줄 알았습니다
60 평생을...
그런데...
오늘,
또 다른 내 얼굴이 비쳣습니다
내 몸뚱이에서...
물론 이목구비 그 기능들은
다 퇴화되어버렷지만
그러나 그 시원이 비쳣답니다
닮은 꼴들로
감사합니다